“욕도 응원이라 생각해요.”

배우 박해수는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 속 상우를 향한 세계적인 관심에 대해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서울대 출신이지만 엄청난 빚을 지고 이 게임에 응하게 된 상우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떤 일도 불사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오징어 게임’이 보여주고자 하는 ‘인간다움’을 잃는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악행이 커질수록 시청자들의 공분과 함께 ‘오징어 게임’을 향한 관심 또한 상승했다.

“욕도, 응원도 많이 해주시더라. 그런데 욕 역시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상우라는 인간상에 대해 욕해주시는 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상우가 욕먹을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해 볼 필요가 있다. ‘나라도 저럴 것 같다’는 공감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적지 않아 힘이 되더라.”

따지고 보면, 상우는 가장 극적인 삶을 사는 인간이다. 동네에서 첫손에 꼽히는 수재로서 엘리트 코스만을 밟았다. 하지만 증권회사 투자팀장으로 일하는 부모의 자랑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처지를 부모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참여한 게임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물이다.

“상우가 가진 심리적인 변화를 보여주려 고민했다. 점점 더 변해가는 과정에서 수염을 기르는 등 외형적인 변화도 주고, 동적인 행동도 생각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군중에 숨어 있었다면, 후반에는 돌출되는 행동을 한다. ‘꼭 승리하겠다’는 위험한 가치관이 시작이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박해수는 상우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서울대 경영과 수석합격’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관련 인물들을 직접 만났다.

“서울대 수석합격생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상우처럼 박탈감이나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경쟁사회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이 그런 심리를 갖고 있더라. 내가 갖고 있던 비슷한 심리 역시 발견하면서 상우에게 녹이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감독님의 시나리오와 소재가 가지고 있는 힘, 캐릭터들이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의 심리 변화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

박해수는 이정재와의 호흡에 대해 “진짜 동네 형처럼 대해줬다”고 말했다. 극 중 가장 많은 전사와 더불어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대립되는 두 명이다. 두 사람의 기 싸움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작품 속에서는 대립하지만, 작품 밖에서는 철저히 화합해야 가능한 그림이었다.

“이정재 선배님은 멋있는 캐릭터, 남자들의 로망도 많이 연기했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서는 성기훈 역할을 찰떡같이 표현하더라. 작품 안에서도 그렇고 밖에서도 그렇고 친근했다.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항상 봐왔던 이정재 선배님의 연기 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서 놀라고 신기했다.”

박해수는 요즘 겹경사를 누렸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성공 전, 결혼 2년 만에 아들을 품에 안았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더불어 해외 팬들은 아빠가 된 박해수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 아이가 복덩이인 셈이다.

“득남 소식도 전하게 돼서 감사하다. 전 세계에서 아이의 탄생을 축복받게 됐다. 아내에게도 기사가 나갈 거라고, 많은 축복이 있을 거라 이야기해 놓고 나왔다. 글로벌 인기도 예상했다. 한국적인 놀이었지만 시나리오 안에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많은 것이 있다고 느꼈다.”

안진용 기자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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