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우 논설고문

시민단체와 現 권력 공생관계
‘탈원전 정책’이 좋은 본보기
권력 의도 분식하는 역할 자처

시민단체엔 대신 돈과 일자리
박원순 시장 10년간 1兆 지원
정권 차원으론 천문학적 규모


‘박원순 서울시 남북예산, 협력위원 속한 단체에 수십억 갔다.’ 1일 한 신문에 대서특필된 기사인데, 협력위원이 자신이 속한 단체를 지원하는 심사도 했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 시민단체에는 어느 곳이나 꿀이 넘쳐흐른다. 이들에게 꿀이나 다름없는 ‘돈과 권력’을 나눠주는 곳은 공생관계를 넘어 운명공동체를 이루는 현 좌파 정권이다. 하지만 꿀을 빠는 주인공들은 정작 시민과 관련이 없다.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그저 시민이라는 이름을 팔 뿐이다. 그야말로 ‘시민 없는 시민팔이 시민단체’다.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과 시민단체 간의 순환 구조는 간단하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분식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탄소중립 국가위원회를 신설한다고 하자. 정부는 국민의 뜻을 떠받든다는 취지에서 위원회 구성의 과반수를 민간인으로 채우겠다고 발표한다. 선정 과정조차 정부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시민단체에 위촉한다고 강조한다. 이러면 특정 이념이나 권력 의도에 때 묻지 않은 순수 민간인만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변수는 시민단체다. 그들은 정부의 전위대로 자신의 뒷배를 봐주는 특정 정권의 의도를 충실히 구현할 뿐이다. 게다가 과반수가 이들이니, 몇 명의 전문가가 아무리 전문적 식견이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한들 정해진 방향은 변함이 없다. 마치 경기도 곳곳의 ‘민관 공동’ 토지개발 프로젝트가 연상되지 않는가.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이 바로 이런 식이다. 이 정권의 탈원전 정책은 철저히 민간 기구의 탈을 쓴 위원회나 시민단체 출신 관료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 정부 기관 모두가 이들의 안방이다. 그렇다면 특정 정권에 봉사하고 결사 보위하는 이들 시민단체는 어떤 대가를 받는 것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폭로한 박원순 전 시장과 시민단체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의 ATM(현금인출기)으로 전락했다”고 고발했다. 박 전 시장 재임 10년 동안 시민사회와 시민단체가 관여한 사업에 지급된 보조금이나 위탁금 규모가 1조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민단체 출신이 서울시의 해당 사업 부서장으로 들어가 특정 시민단체를 지휘하고, 이 단체들이 또다시 자금 창구가 돼 또 다른 시민단체에 용역을 발주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었다고 한다. 시민단체형 ‘피라미드’요, ‘다단계’ 사업이 오랜 기간 서울시민의 피 같은 세금을 빨아먹고 있었던 셈이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은 권력과 시민단체의 연결 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 자료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정계에서 피소 사실을 가장 먼저 접한 당사자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었다. 성폭행 피해자 측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피해 사실을 호소하자, 이 상담소는 유관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에 접수 사실을 알렸고, 피해자 신원을 보호해야 할 이 여성단체연합은 남 의원에게 정보를 패스했다. 남 의원은 이 단체의 상임대표 출신이다. 정보를 손에 넣은 남 의원은 곧바로 박 시장의 젠더 특보(特補)에게 이를 전달했다. 젠더 특보는 다름 아닌 남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었다.

악어와, 악어 이빨 사이에 끼인 고기 조각을 쪼아 먹는 악어새. 이것이 대한민국 시민단체의 작동 원리다. 문 정부 출범 이후 늘 ‘유·시·민’이라는 신조어가 따라다녔다. 유명대학, 시민단체, 민주당을 가리키는 용어로 그 가운데서도 핵심이 시민단체다. 시민단체 출신들이 문 정권 청와대를 비롯, 행정부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어느 젊은 중앙부처 공무원이 모교인 서울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죽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짧은 글이 현 정권하에서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구조가 잘못됐다. 시민단체의 사적 요구가 상부를 통해 행정부에 지시로 내려온다…국가를 위해 일할 줄 알았는데, 시민단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소모되는 저 자신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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