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10명 중 4명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울증 유병률 36.8%로 1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마비시킨 후 세계 각국의 우울증이 2배 이상으로 상승했지만 2위인 미국(23.5%)과도 격차가 크다. 게다가 상담이나 진료 접근성은 낮고, 약물치료엔 저항감이 크다.
최근 문화일보가 교보문고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간 우울, 분노, 번아웃, 불행, 자존감, 집착 등 ‘마음’을 키워드로 하는 책이 꾸준히 증가해 출간량이 10년 전에 비해 두 배에 달했다. 10년 전 100종대였던 출간 종수가 현재 200종대에 이르는 것. 코로나 이후 판매량은 더 의미심장하다. 2020년 관련 서적의 판매 신장률은 2019년 대비 47.9%나 증가했다. 한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베스트셀러의 패러디가 유행했는데, 이제 ‘아프니까 한국인이다’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무엇이 대한민국을 ‘우울증 공화국’으로 만들었을까. 매우 개인적이면서 지극히 한국적인, 긍정적인 동시에 부정적인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문화일보는 기획 시리즈 ‘한국인의 마음-우리를 이해하는 7개의 질문’을 시작한다.
뇌과학자 정재승을 시작으로 프로파일러 이수정, 소설가 정유정, 방송인 홍석천과 뮤지션 핫펠트(원더걸스 예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작가인 하지현·김건종 7인을 만났다.
우울, 분노, 나르시시즘, 콤플렉스, 집착, 열정과 번아웃, 행복이라는 7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금,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와 있는지 물었다. 일상이 된 우울과 분노, 가정·학교·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혐오 모두 이 ‘마음’에서 시작될 터. 이 질문은 결국 사회 통합과 안전을 위한 시대적 과제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우울증에 대한 뇌과학적 분석을 통해 ‘과정으로서의 행복’에 집중하라며 ‘우울의 시대를 건너는 법’을 제시하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블루로 격화된 ‘분노 사회’에선 ‘자신만의 분노 조절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완전한 행복’의 정유정 작가는 ‘내로남불’을 한국인의 집단적인 나르시시즘의 징후로 분석하고,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식에게 집착하는 한국 특유의 ‘교육 중독’은 갈수록 ‘가성비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홍석천 배우는 성소수자 연예인으로 경험한 한국 사회를 꼬집고 인기 걸그룹 출신 가수 핫펠트는 글쓰기를 통해 번아웃에서 회복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끝으로, ‘마음의 여섯 얼굴’의 저자 김건종 정신의학 전문의는 “권위에 기대지 말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보라”며 ‘한국인의 마음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로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이들은 영화, 드라마, 책, 사소한 습관 등 ‘마음’을 지키는 자신들만의 팁도 함께 공유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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