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안진용 기자

“같이 가 드릴게요, 끝까지.”

희귀병을 앓고 있으나 돈이 없어 고가의 약을 훔치며 연명하는 남식(박해일 분)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탈옥수 203(최민식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둘에게 핑크빛 미래는 없다. 그 동행이 그리 길지도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무던히 함께 걷는다. 그것이야말로 ‘행복의 나라로’ 향하는 방법이라는 듯이.

‘행복의 나라로’는 백척간두와 같은 삶에 놓은 두 남자의 이야기다. 그들이 동행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드무비다. ‘델마와 루이스’가 떠오르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로드무비의 원형 격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내일을 향해 쏴라’가 눈에 밟힌다. 하지만 ‘닮았다’고 하기에는 ‘행복의 나라는’ 다소 질감이 다르다. 최민식, 박해일 두 배우가 만나서 빚어내는 화학작용이 또 다른 방식으로 소용돌이치기 때문이다.

나이 든 죄수 203은 모범수다. 그가 탈옥을 하자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지만 정작 그를 아는 간수는 “203,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고 두둔한다. 그가 탈옥을 결심한 이유는 하나다. 딸. 죽기 전 사랑하는 딸을 만나는 것이 그가 세운 삶의 마지막 목표다. 또 바다가 보고 싶다. 늙은 죄수의 탈옥과 도주가 평탄할 리 없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났다. 남식이다.

남식은 비싼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병원에서 일하며 필요한 약을 훔친다. 그러다가 발각된다. 더 이상 그에게도 돌파구가 없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던 남식 앞에 더 절박해보이는 한 남자가 나타난다. 203이다.

둘은 서로를 보듬는다. 203은 남식에게 묻는다. “너한테 세상이 별로 안 친절했지?” 그러면서 대신 사과하고, 이제는 남식의 약이 담긴 가방을 먼저 챙긴다. 남식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손 내밀고 “미안하다”고 말해준 203에게 마음을 열고, 그런 남식을 향해 203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나 무섭다. 안아줘.”

‘행복의 나라로’는 앞서 ‘돈의 맛’, ‘하녀’ 등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이 돈과 죽음이라는 메타포를 차용한다는 측면에서 전작들과 닮았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세상 끝을 향해 내달리는 두 남자의 모습은 비극보다는 희극에 가깝고, 그들의 여정은 한편의 동화처럼 발랄하고 따뜻하다. 죽음마저 어둡지 않다.

임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행복의 나라’는 멀리 있지 않다. 딸이 보고 싶은 아빠가 그 딸을 찾아가고, 냉소적이지만 속깊은 딸은 그런 아빠를 껴안는다. “누구라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야지. 아빠가 그래서 돌아온 거야”라는 딸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함축한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행복, 그 곳에서 기다리는 이가 있다는 행복. 행복의 나라는 머지않은 곳에 있다고 웅변한다.

‘행복의 나라로’는 배우보는 맛이 일품이다. 최민식과 박해일, 극 중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그들의 동행은 필연일 수밖에 없도록 강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임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려도 무방한 윤여정의 특별출연과 그의 딸로 등장한 이엘의 존재감 역시 든든하다.

연출을 맡은 임 감독은 6일 개막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을 마친 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에 관해 생각하게 되더라. 지인들의 부고를 접하게 되는 나이가 되면서 삶 특히 죽음에 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복의 나라를’ 관람한 후에는 시원한 수박 한 덩이를 쪼개 먹고, 바다를 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소소한 행위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임 감독은 강조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으로 더 없이 어울린다.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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