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의 비밀 / 루시드 폴 글 / 김동수 그림 / 창비

루시드 폴의 음악은 몇 소절만 들으면 바로 루시드 폴의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김동수의 그림책은 표지만 봐도 김동수의 작업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그만큼 개성이 뚜렷하다는 뜻인데 독자 입장에서 작가의 개성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그림책 세계에는 비슷비슷하게 적당히 안전한 그림이 많다. ‘나만의 것’을 시도하려면 외면의 부담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작가가 20년 가까이 일관된 개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단단한 내공과 예술적 역량이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어린이의 마음을 읽는 정중한 감각까지 지닌 작가가 김동수다.

김동수가 루시드 폴의 명곡 ‘문수의 비밀’로 그림책을 그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동안 우리는 ‘김동수의 문수’에 사로잡히게 될 것임을 예감했다. 김동수의 작품에는 특허를 낸 것 같은 침착한 직선과 모눈, 얕은 1인칭 원근 투시법에 추가로 여러 개의 원근 투시법을 적용해 단정하게 배치한 사물, 화선지의 질감과 더불어 소극적이지만 단호한 연필선으로 그려낸 내향적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문수의 비밀’에는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판타지가 담겨 있는데 김동수의 그림은 이 훈훈한 상상을 곧장 사실로 만든다.

화자인 닥스훈트 문수는 미세한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귀의 각도만으로 강아지 표정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러더니 마스크 팩을 하고 드러누운 장면에서 드디어 잊지 못할 우리들의 문수가 돼버린다. 전통적인 책가도가 떠오르는, 의도된 원근의 변형은 사물의 왜곡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책 속의 모든 사물이 독자인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단 세 개의 액자로 문수와 보낸 시간을 엮어낸 ‘첫사랑-우주-애인’ 장면은 간결한 그림도 얼마든지 깊은 사연을 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문수와 아빠가 헤엄치는 장면에서 물 위로 맞잡은 두 손은 평면이지만 입체적 감정을 드러내는 명장면이다. 노래 ‘문수의 비밀’을 몰랐다면 사랑하도록, 사랑했다면 확실히 더 사랑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40쪽, 1만3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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