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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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마강래 지음│메디치

온갖 이슈 집어삼키는 ‘블랙홀’
모든 국민 자존감에 상처 입어

수도권 공급확대·금리 인상은
집값 잡는데 한시적 효과 그쳐

‘수요-공급’의 이분법서 벗어나
‘지역 균형발전’ 통해 시장 안정
“서울과 ‘맞짱’ 뜨는 지방 육성”


“대한민국 국토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위한 작당 모의가 난무하는 ‘복마전’이 됐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한 줄로 정리하는 ‘부동산 광풍’의 단면이다. 정치권과 민간이 결탁해 수천억 원의 이익을 챙긴 ‘화천대유’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다. 하지만 마 교수가 쓴 책은 기득권 세력의 ‘부패 스캔들’보다는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이란 관점으로 부동산 이슈에 접근한다. “온갖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된 부동산” 탓에 모든 국민의 자존감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그때 집을 팔지 말았어야 했다’ ‘주의 깊게 보던 집이 있었는데 시기를 놓쳤다’ ‘영끌 해서라도 사야 한다’ 등 소재는 달라도 대화의 끝은 넷 중 하나로 마무리된다고.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허탈하거나, 아쉽거나.

책은 ‘집값’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진 첫 번째 원인을 ‘다주택자=투기꾼’으로 규정하는 정책에서 찾는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26번이나 내놓았으나 집값은 “천장이 뚫린 듯”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매물 유도’ 정책으로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도 시장의 주택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는다. 전·월세 거주자 일부가 곧바로 ‘자가 소유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전·월세 수요는 그대로인데 (다주택자가 공급하던) 임대 물량이 줄면서 저소득층은 더 높은 전·월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엉뚱하게도 다주택자 규제가 ‘집을 살 여력이 없는’ 계층에 피해를 끼치는 셈이다. 또 취득세·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중과로 다주택자들이 투자 가치가 낮은 부동산을 먼저 처분하고 있는 것 역시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수도권이 아닌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 강남’에 ‘똘똘한 1채’를 남기려는 욕망이 집값을 밀어 올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강남 집값은 서울 집값의 기폭제이고, 서울 집값은 전국 집값의 기폭제”라며 “모든 지역이 강남 집값을 따라가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공급은 충분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실증적 통계로 반박한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411.6호로 스페인(551호)·프랑스(540호)·일본(494호) 등 주요국보다 턱없이 적다. ‘가구 대비 주택 수’를 뜻하는 ‘주택보급률’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경기·인천의 주택보급률은 각각 96%, 101.5%, 100.2%인데 대도시의 보급률이 110%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택을 넉넉히 공급해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양질의 주택’으로 이동하고, 이들이 살던 집에 소득이 낮은 계층이 들어오며 전반적인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급을 확대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저자는 회의적이다. 마치 “갈증 해소를 위해 바닷물을 마시면 더 목이 타듯”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공급이 수요를 더욱 키우는 ‘자가발전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이 쏠리는 곳은 ‘공급 폭탄’을 투하해도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회수돼도 집값은 ‘잠깐만’ 주춤할 뿐이다.”

이에 책은 역대 모든 정부의 정책 실패를 초래한 ‘수요-공급’의 이분법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시장 안정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단순한 ‘수요 억제’나 ‘공급 확대’가 아닌 ‘수요 분산’을 통해 수도권 쏠림을 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체적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지방 이주를 유도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실거주’를 하지 않아도 주택연금 자격 요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주택을 증여하고 지방으로 이주할 때 증여세를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과 ‘맞짱’ 뜰 수 있는 강력한 지방 도시를 육성해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 중인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처럼 인재를 흡수할 수 있는 대도시권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솟는 궁금증 한 가지. 당장 집값은 어떻게 될까. 내릴까, 오를까. 저자는 물가·통화량·경제 규모·소득 등 주요 지표를 살핀 뒤 “경험하지 못한 ‘고점 국면’에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아직 어디가 ‘상투’인지는 모르지만, ‘상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도서가 쏟아지는 출판계에서 성실한 통계 분석과 명쾌한 실태 진단에 구체적 해법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 책이다. 280쪽, 1만7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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