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흑인 아프리카 작가 난민들의 운명에 연민의 시선 아직 한국어로 출간된 책 없어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해 뜻밖의 상 놀랍고 겸허해졌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놀랍고 겸허해졌다. 내가 난민이었던 1960년대보다 난민과 이주민 문제가 훨씬 심각해졌다. 내가 고민하는 주제들은 매일 우리와 함께 있는 것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일본)도 응구기 와 시옹오(케냐)도 아니 에르노(프랑스)도 아니었다. 2021 노벨문학상은 탄자니아 출신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2)에게 돌아갔다. 구르나는 7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 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난민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는다. 재능과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로서 줄 것을 갖고 왔다”는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수상한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에 이어, 올해도 노벨문학상은 ‘깜짝’ 수상이다. 다양성 부족에 대한 비난, 부적절한 인물 선정으로 인한 논란 등 궁지에 몰렸던 노벨문학상이 2년 연속 ‘이변’ 연출로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글로벌 난민 문제나 이민자 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 등도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문학 연구자인 왕은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구르나에 대해 “아프리카 출신이지만 영어권에서 생활하고, 또한 무슬림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구르나는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 식민지(탄자니아) 출신이면서 이슬람권 문화에 익숙하고, 이민자로서의 여러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작가다. 왕 교수는 “이슬람권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V S 나이폴이 200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면,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이슬람권 작가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구르나에게 수상이 돌아간 것은 제3세계를 보는 눈과 세계 정세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7일(현지시간) 구르나에 대해 “식민주의의 영향과 난민들의 운명에 대해 타협하지 않고 연민을 갖고 파고들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그의 소설에 대해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열어줬다”면서 “낯설면서도 문화적으로 다양한 동아프리카를 세계의 많은 사람이 알게 했다”고 극찬했다.
1948년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대 영국으로 이주한 후 줄곧 식민주의가 촉발한 난민 문제와 이민자의 경험을 다룬 소설을 써 왔다. 도박 사이트 ‘나이서 오즈’에서 점쳤던 하루키, 다양성 측면에서 물망에 올랐던 시옹오, 해외 매체에서 유력하게 거론된 에르노를 제치고 범아프리카계 작가로는 다섯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흑인 아프리카 작가로는 웰레 소잉카(나이지리아·1986)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 10권의 영어 소설을 발표했으며 아직 한국어로 출간된 책이 없다. 출판계는 물론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바 없는 낯선 인물이다.
대표작은 1994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파라다이스’다. 식민주의에 상처 입은 동아프리카 소년의 이야기로, 영국 이민자의 경험을 다룬 ‘출발의 기억(Memory of Departure·1987)’, ‘순례자의 길(Pilgrims Way·1988)’, ‘도티(Dottie)’ 등과 주제의식 면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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