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87년 민주화 이래 가장 중립성이 약하다. 예컨대, 중앙선관위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5년간 오세훈 후보 측의 납세신고란의 납세액 1억1967만 원은 사실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공고문을 서울의 모든 투표소에 크게 게시했다. 오 후보 측이 납세를 누락한 것으로 유권자들이 오해할 위험성이 컸다. 그러나 사실은 납세 누락이 아니라, 5년간 납세액의 합산을 잘못해서 실제 납부액보다 0.1%쯤 적게 썼을 뿐이었다. 중앙선관위가 대선에서도 여당 후보를 편들 우려가 있다.
민주화 시대에 중앙선관위가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중앙선관위는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 3명씩 임명, 선출, 지명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 가운데서 대법원장 지명 3명과 국회 선출 중 여야 합의 추천 1명이 중립을 지키면 그 외에 국회 선출 위원 중 야당 단독 추천 1명이 있으므로 중앙선관위의 여당 편 위원이 과반수로 될 수 없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관 가운데 비교적 선임자를 중앙선관위원으로 지명해온 관례와 다르게, 13명의 대법관 중 10번째 임관자에 불과하던 노정희 대법관(우리법연구회 출신)을 중앙선관위원으로 지명했다. 또, 하급심 법관 중 서열 100위 밖의 박순영 서울고법 인천재판부 판사를 그 보직인 채로 장관급인 중앙선관위원을 겸하도록 지명했다. 그 결과 중앙선관위의 여당 편 위원이 과반수로 됐다는 비판이 있다. 일본의 중앙선관위는 전혀 편파적이지 않다. 5명인 중앙선관위원 모두에 대해 국회의 지명대로 총리는 형식적 임명권만 행사하고 여당이 아무리 의석수가 많아도 5명 중 2명만 추천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먼저, 선수나 팀이 경기를 잘해서 이기려고 해야지 자기편을 심판의 과반수로 삼아서 이기려고 해서는 안 되는 점을 고려해 각 정당의 대선 예비후보 모두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다음 3가지를 공약하라는 것이다. △대통령 임명의 선관위원 3명에 대해 국회의 추천대로 형식적 임명권만 행사하겠다. △국회에서의 여당 추천 선관위원을 절반 미만으로 하겠다. △대법원장 지명의 선관위원 3명에 대해 대법관회의의 의결대로 형식적 지명권만 행사하겠다는 분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하겠다. 선관위원을 대법관회의의 의결로 선출하면 대법원장 1명이 지명하는 것과 달라서, 노정희 대법관과 박순영 판사처럼 한참 뒤 서열의 특정 성향 법관이 선출되기 쉽지 않다.
다음으로, 중앙선관위의 결정에서 위원별 의견을 공개하는 것으로 즉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공개하게 되면, 대법원장 지명으로 중립성이 당위론상 요구되는 위원 3명이 부끄러울 정도로 정권을 편들기 어렵게 된다. 예컨대, 오세훈 후보 측이 납세를 누락한 것처럼 공고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에서 개인별 의견이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고선관위이며 헌법에서 5부의 하나로 독립 규정하고 있는 중앙선관위의 결정에서도 개인별 의견이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금융통화위원회·금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도 위원별 의견을 공개한다.
어떤 정권도 중앙선관위를 자기편으로 삼기 어렵게 하고 중앙선관위가 어떤 정권의 편도 들기 어렵게 할 방안이 절실하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