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으론 주도권 확보 못해
글로벌 단위로 관련규제 커져
새로운 시장 만드는데 지원을
다가올 5년이 산업 大전환기
정책 변화 없으면 침체 불가피
앞으로 5년간 겪게 될 한국 산업의 대전환기 기간에 산업구조 전환과 패러다임 변화에 상응할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한국 산업 발전은 상당기간 지체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정부는 선진국이 이미 개발하고 시장을 만든 산업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신산업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으로 파악됐다.
7일 ‘문화산업포럼 2021’ 두 번째 세션에서 연사 및 토론자들은 ‘산업전환과 국가대응 과제’에 대해 “정부 산업 정책은 산업 생태계적,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은 개별 기업들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기업의 불확실성 완화와 시장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정은미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 산업 전환기는 향후 5년이 될 것으로 보는데 이 기간에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정부 산업 정책의 목표 대상은 개별 산업 기업 주체가 아닌 생태계 혁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일반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를 제공하면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시그널링 역할에 그쳐야 한다”며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산업을 통제하겠다는 접근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석권 한국공학한림원 산업미래전략위원장은 “한국은 글로벌 시장을 키워서 경제발전을 해야 하는 국가”라며 “이제는 기업과 기업이 경쟁하는 시대가 아닌, 국가 대(對) 국가로 경쟁하는 시대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서 시장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산업 전략을 수립할 때 국내 시장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글로벌 시장 단위에서 정책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유럽의 자동차 시장 진입규제 등을 보면 내수 시장 차원의 정책인지, 국가 차원의 경쟁전략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면서 “과거보다 산업규제 틀이 글로벌 시장 단위로 커졌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사 및 토론자들은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기업들은 기술이 수요를 창출하는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서야 한다”면서 “정부는 한국 산업이 팔로어 포지션에서 리더 포지션으로 전환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싸이월드와 아프리카TV를 예로 들며 한국 산업은 기술 초격차만 쫓는다면 글로벌 신산업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싸이월드와 아프리카TV가 SNS와 인터넷방송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먼저 주도권을 잡았지만 결국 글로벌 시장을 만든 건 페이스북과 유튜브”라며 “기업들은 기술 초격차에만 머무르면 안 되고, 정부도 관련 시장에 대한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도 “신산업의 중요한 전제는 선진국이 정의한 산업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의할 수 있는 한국형 신산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결국 지금까지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과 산업 차원이 아니라 전산업 생태계에 대한 정부 정책적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핵심성과지표(KPI)를 선진국의 몇 % 수준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선진국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보면 기술·마케팅·파이낸스 등 3가지를 잘 갖췄다”며 “한국에서는 산업 생태계라고 할 수 있는 마케팅과 파이낸스 부분이 부족한 것 같고, 이런 점에서 정부의 생태계 형성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경제·산업 발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동장(시장)을 넓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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