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측근’ 논란이 일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대장동 스캔들에 전직 대법관과 전직 검찰총장 등이 법률고문, 자문, 로비, 가족 취업 등으로 관계돼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시민으로서 충격과 체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다.
더 자세한 그림은 검찰 등의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개된 소위 검찰개혁을 계기로 검·경 수사 체제가 흐트러져 있는 데다, 야당의 특검 제의는 가동도 되지 않은 채 수사의 열기는 느낄 수 없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선 후보로 가장 앞서 나가는 더불어민주당 측이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에서 퇴임 전 권순일 대법관이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회자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전체주의(인민공화국)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대한민국을 이젠 선진국으로서 단연 우위에 서게 만드는 데 기여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의 주춧돌은 말할 것도 없이 사법권의 독립을 장착한 법 지배의 원칙(the Rule of Law)이다. 그러므로 이 원칙을 대변하는 법원, 특히 대법원은 자유민주주의의 희랍 신전이며 (대)법관은 그 신관이요 판결은 나라의 앞길을 밝혀주는 신탁(信託; oracle)이다.(필자의 지난 6월 17일 자 문화일보 칼럼)
그래서 그 신관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고, 일정한 교육과 자격을 갖춘 법관 자격자 중에서도 특히 심사와 절차를 거쳐 그 자리에 오른다. 그 신관이 옷을 벗었다고 해서 퇴임 후 취업제한법 조항과 상관없이 사익에 봉사하는 무당이 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유민주주 체제의 신성(hallow)하기까지 한 힘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국 연방대법관의 종신제나 영국 귀족원 상고법원제, 독일 연방법원 판사의 우리(6년)보다 긴 임기제(헌법재판소 판사 12년)가 이해되기도 한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고위직 전직 판·검사들을 대형 로펌에서 몸값 높은 변호사로 영입하는 경쟁이 있다. 하지만 전직 대법관을 비롯해 특히 연금이 나오는 전직 판·검사라면 더욱이, 로펌 등에 합류하든 아니든, 기업체 사내 변호사든 단독으로 뛰는 변호사든 법률가로 활동함에는 사법권 독립의 저변에 있는 오직 법의 독립에 봉사할 직업(profession)상 윤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법 인식의 다양성을 위해 법학 교수나 외교관도 대법관으로 임명될 수 있는 일본의 경우와 달리, 법관 자격을 가진 판사·검사·변호사로만 이뤄진 법조 일원주의에 철저한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법 조직의 직업윤리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지금 대장동 스캔들의 시험대에 놓여 있다. 수많은 다른 공직자도 은퇴 후 연금으로 퇴직 후 아름답게 살아가는데, 대통령에 상응하는 위치의 대법관이 퇴직한 뒤 그것도 추해 보이는 정치·경제적 사익 추구에 관여한 의심을 받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대조적으로, 인민공화국 체제에서의 법관이라면 노동당(공산당)의 영도를 받는, 신성함과 거리가 먼 당원으로서 인민공화국의 법치(the Rule by Law)에 봉사할 뿐이겠지만. 또, ‘내로남불’ 부패공화국의 법관이라면 경제논리에도 휘둘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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