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몸을 돌보는 일은 엄숙하고도 복된 노동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문명의 기초란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아무도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하려 하지 않을 때 누구보다 먼저 병원으로 달려가 죽은 이의 곁을 지킨 사람. 700여 명의 무연고 고독사 사망자, 기초수급자 사망자의 장례를 대신 치러준 사람. ‘외롭고 쓸쓸하게 죽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임종을 목격한 사람.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사이드웨이)를 출간한 강봉희 장례지도사의 얘기다. 과거 ‘염장이’라 불렸던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육신을 깨끗하게 닦고 수의를 입힌 후 염포로 묶어 입관을 준비한다. 영안실과 장례식장부터 화장이나 매장하는 곳까지 유족들과 함께하며 장례를 주관한다. 책은 17년간 장례지도사로 살아온 저자가 죽은 이들을 위해 일하며 느낀 바를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가장 마음 아픈 건 ‘고독사’의 시신”이라며 “누군가의 연고자 혹은 주위 이웃이 외면하고 방치하는 죽음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라는 말은, 사람이 혼자 죽어서는 안 된다는 말과 동의어일 것이다.”
저자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1차 유행’의 진원지였던 대구로 달려가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감염병 공포로 어느 장례식장에서도 시신에 손을 대지 않으려 하던 당시 그는 대구시청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병원으로 향했다. 저자는 “삼일장(三日葬)은커녕 죽은 시신을 가족이 마지막으로 보지도 못하는 죽음의 현장을 접하며 예순여덟 평생에 그러한 비극은 처음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 경험은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법, 인간과 장례의 의미에 관해서 그 뿌리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며, 사람은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되새기게 했다.”
책은 ‘죽음’을 천대하는 문화를 비판하기도 한다. 죽음을 다루는 일을 천한 직업으로 여기고, 죽은 이의 산소를 먼 동네 산꼭대기에 마련하거나, 귀신이 산 사람에게 오지 못하게 시신을 꽁꽁 싸매둔 행위와 관습은 모두 이런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화장장이나 납골당이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일본이나 주요 도시의 한복판에 공동묘지가 조성된 미국처럼 우리도 죽음을 삶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는 이 문화를 없애나가야 한다”며 “우리 조상들이 끊어놓은 ‘생졸(生卒)’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붙이면 된다”고 강조한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