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는 보기보다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인터뷰하는 목소리는 낮았지만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며 체력을 자신했다. 그는 “싫증도 자주 내지만 한 번 마음 먹으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전종서는 보기보다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인터뷰하는 목소리는 낮았지만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며 체력을 자신했다. 그는 “싫증도 자주 내지만 한 번 마음 먹으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 부산영화제서 만난 가장 ‘핫한 배우’ 전종서

‘버닝’ ‘콜’ 강렬한 캐릭터 이어
할리우드 진출작 ‘…블러드 문’
초자연적인 힘 가진 여성 역할

셀프로 영상 찍어 오디션 보고
캐스팅 후 LA 감독 집 찾아가
일주일간 여자 둘이 쇼핑·등산

넷플릭스 통해 드라마도 도전
‘종이의 집’한국판 촬영 새경험
연기하면 할수록 엔도르핀 나와


“프리 프로덕션 대신 LA의 감독님 집에 혼자 놀러 갔어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배우 전종서(27)를 부산에서 만났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그는 지난 7∼9일 머물며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부일영화상에서 ‘콜’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 이벤트인 ‘액터스 하우스’에서 팬들과 함께했다.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문제작 ‘버닝’으로 데뷔해 이제 4편에 출연했을 뿐인데 그에게 쏠린 안팎의 시선은 매우 뜨거웠다.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유아인 선배님도 남우주연상을 받아 더 좋았다. 많은 분이 ‘콜’을 사랑해주신 것 같은데 작품에서 연기한 영숙이라는 인물은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4편을 찍었지만 사실 공개된 건 아직 2편뿐이다. ‘버닝’의 해미도 여배우로서 만만치 않은 캐릭터였는데 지난해 말 개봉한 ‘콜’의 영숙은 그보다 더했다. 연쇄살인마였다.

“뭔가 강렬한 걸 좋아하던 시기에 하게 된 것 같다. 일단 스스로는 영숙이 연쇄살인마나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접근해서 관객에게 공감을 얻어보고 싶었다. 악역의 팬덤이랄까. 영숙이 왜 살인을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팠다.”

시나리오를 닳도록 보고, 빼곡하게 메모를 해 간 덕일까. 첫날 대본 리딩 이후 이충현 감독은 전종서에게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다. “첫 촬영 때부터 감독님의 디렉션이 없어서 제가 잘못한 줄 알았다. 저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감독님이 간파하신 모양이다.”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의 한 장면.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의 한 장면.

전종서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지난 7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에 아시아 여배우로선 처음 타이틀 롤을 맡은 것도 그런 열정의 결과였다.

“오디션 제안을 받고 프로필 영상을 셀프로 5일간 찍어 보냈다. 7∼8개 장면이었는데 거의 대사가 없어서 더 힘들었다.”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은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2014)로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고, 두 번째 작품 ‘더 배드 배치’로 201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신작이다. 뉴올리언스의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소녀 모나(전종서)가 초자연적인 힘으로 정신병원을 탈출해 밤거리를 헤매다 한물간 스트립 댄서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SF 영화다. 케이트 허드슨, 크레이그 로빈슨, 에드 스크레인 등이 출연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작은 영화지만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폭력적이고 거침이 없어서 이런 장면을 그냥 보여줘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3개월간의 촬영은 못 잊을 것 같다.”

‘콜’을 촬영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서둘러 오디션을 하느라 미국 제작진과 사전에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크랭크 인하기 3개월 전 LA의 감독 집에 홀로 찾아갔다.

“왠지 촬영하기 전에 감독님을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스케줄 관계로 혼자 갈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특별한 걸 하지는 않았다.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함께 쇼핑 가고 등산을 다녀왔다.”

전종서의 적극성과 엉뚱함은 데뷔 이전부터 기미가 보였다. 자전거 마니아인 그는 여의도에서 경기 팔당까지 하루 14시간을 라이딩한 적도 있다. “일단 마음을 먹으면 행동에 옮겨야 하는 성격이다. 데뷔 전에는 자전거를 많이 탔는데 넘치는 에너지와 답답함을 풀기에 좋았던 것 같다.”

전종서는 최근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를 찍고 있다. 영화에 이은 드라마 도전이다.

“2∼3개월 집중적으로 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컨디션 안배가 필요한 것 같다고 느낀다.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연기하면 기운이 돌고 엔도르핀이 나온다. 연기는 너무 재미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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