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과 인쇄회로기판 활용
근거리 무선통신망 내장해
병상 측정기와 교신 장점
임상실험으로 유효성 입증
“조기진단·예방 획기적 개선”
긴 투병생활을 해야 하는 환자의 큰 고민 중 하나는 피부에 발생하는 ‘욕창(褥瘡)’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감각,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 환자는 몸을 잘 뒤척이지 못해 장시간 같은 자세로 누워 있기 쉽다. 이때 등과 엉덩이 등 특정한 신체 부위의 피부가 오래 눌려 있다 보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붓고 열이 난다. 더 진행되면 물집이 잡히고 피부 아래 지방층까지 죽어버려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서 구멍(궤양)이 생긴다. 이 상처를 욕창이라 한다. 환자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상처 부위를 통해 합병증으로 번질 수도 있어 보호자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특히,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의식이 없는 치매 고령환자를 욕창 없이 돌보려면 끊임없이 관찰하고 몸을 뒤집어주는 등 자세를 바꿔줘야 해 간병하는 데 부담이 된다.
국내 연구진이 환자의 피부 압력과 온도를 연속 측정할 수 있는 무선, 무(無)배터리의 소프트 압력 센서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욕창의 조기 진단과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논문은 재료과학 및 융합연구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8월 2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인규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협업해 욕창 감지 센서를 개발하고, 부산대·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에서 임상실험을 진행해 기술의 유효성과 안정성을 검증받았다. 환자·보호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입원 기간과 의료비 지출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욕창자문기구(NPIAP·National Pressure Injury Advisory Panel)는 장기 투병 때 발생하는 욕창을 예방하기 위해 누워 있는 환자의 체위를 주기적으로 변경하면서 압력을 분산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앞서 환자의 피부 표면 압력과 온도를 연속 측정하기 위한 우수한 센서와 시스템 기술이 먼저 필요하지만 관련 연구·개발은 국제적으로도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이에 환자의 몸에 붙여 병상(病床, 침대)의 측정기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센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금속과 유연한 인쇄회로기판(PCB) 합성수지를 적절하게 합쳐 근거리 무선통신(NFC) 칩 및 안테나를 내장하면서도 배터리 없이 교신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렸다. 환자의 피부에 장시간 압력이 가해지면 금속과 중합체로 구성된 멤브레인(membrane) 필름이 처지면서 저항이 발생하는데 이를 측정해 압력을 잰다. 피부에 부착된 압력센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가 몸을 뒤척일 때 생기는 굽힘, 전단(剪斷) 현상 등에는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또 여기에 온도 센서도 덧붙여 어느 정도 압력에서 욕창이 생기기 시작하는지, 욕창이 발달하면서 피부 온도는 어떻게 변하는지도 측정할 수 있다. 배터리가 필요 없는 이유는 사각형의 송신기 코일 안테나에 의해 형성된 자기장이 피부에 부착된 무선 플랫폼의 원형 수신기 코일 안테나를 통해 유도전류를 발생시켜 NFC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무선 플랫폼의 압력 및 온도 센서는 원형 코일 외부와 꼬불꼬불한 서펜타인(serpentine) 구조로 연결돼 있어 기계적 변형(굽힘, 늘어남, 휘어짐)이 생겨도 안정적인 출력을 내며, 환자의 움직임이나 체위 변경과 무관하게 전력 공급과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연구팀은 병상 침대의 매트리스 아래에 2개의 송신기 코일 안테나를 넣고, 침구 옆에는 판독기(reader)와 멀티플렉서(multiplexer)를 배치해 피부에 부착된 센서에 전력을 공급하는 한편 데이터 통신도 가능토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박 교수는 13일 “침대에 누워 오래 생활하는 환자의 피부 표면에서 압력과 온도를 연속 측정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욕창 위험군 환자에 대한 조기 진단과 예방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창의도전연구 기반지원사업과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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