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X 우주선 ‘스타십’
지구 주위 도는 궤도비행 땐
세계 어디든 ‘1시간 생활권’
10월 21일, 우리 발사체 ‘누리호’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2013년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발사한 ‘나로호’와는 달리 누리호는 설계와 제작부터 발사까지 모두 우리 기술로 만든 첫 번째 한국형 발사체다.
인공위성처럼 지구 주위를 돌거나 다른 행성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지구 중력을 벗어날 힘, 즉 탈출 속도가 필요하다. 뉴턴의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연료를 태워 매우 빠른 속도로 배출 가스를 내보내면 물체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늘려갈 수 있다. 이 속도가 초속 7.9㎞에 이르면 물체는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지구 주위를 돌게 된다. 여기에 약간의 속도를 더하면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 화성이든 목성이든 원하는 행성으로 갈 수 있는 길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바로 이 탈출 속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주 발사체다. 일반적으로 우주 발사체는 더 큰 추력을 얻기 위해 단(stage) 분리 방식을 사용한다. 각 단의 추진제 연소가 끝나면 분리해 떨굼으로써 무게를 줄여 더 큰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로 연소하는 1단은 1000억 원에 가까운 발사 비용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싸지만, 바다에 버려져 회수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미국의 ‘스페이스 X’는 비용 절감을 목표로 재활용 가능한 로켓을 개발했고 2015년 팰컨-9의 스무 번째 비행에서 드디어 1단 회수에 성공한다(유튜브에 검색하면 연소를 끝낸 1단 로켓이 발사 장소로 다시 날아와 착륙하는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누리호는 3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1.5t의 실험용 더미 위성을 700㎞ 고도에 올릴 예정이다. 비록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은 아니지만, 발사체 제작은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등 우주개발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 누리호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의 한 획을 그음과 동시에 또 다른 문을 열어 갈 수 있다.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orbit)는 아니지만, 준궤도(sub-orbital) 비행에도 우주 발사체가 필요하다. 지난 7월 민간 우주여행의 시작을 알린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의 비행에서도 자체 개발한 우주 발사체를 사용했다. 버진 갤럭틱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상에서 쏘아 올리는 방식 대신 보잉747을 개조한 비행기에 승객이 탑승한 우주선 ‘VSS 유니티’를 매달아 성층권인 15㎞ 상공까지 올린 후 분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떨어져 나온 우주선은 추진을 위한 연소를 시작한 후 수직으로 상승해 86㎞에 도달했고 승객들에게 몇 분간의 무중력 경험을 선사했다. 공중 발사(air-launch-to-orbit)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경우와 비교해 발사방위각 제한이 없고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적은 연료로 목표 고도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운반하는 비행기 크기에 제한이 있어 현재는 500㎏ 이하 소형위성만 이용할 수 있다. 블루 오리진은 재활용 가능한 ‘뉴 셰퍼드’로켓으로 탑승객을 태운 캡슐을 100㎞까지 수직으로 올린 후 분리한다.
뉴 셰퍼드는 우주 관광에 특화한 준궤도용 발사체로 다단(multi-stage)구성은 아니지만, 수직으로 이착륙하기 때문에 발사체 전체를 재활용하는 것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우주 관광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스페이스 X에서도 국제우주정거장 인력 수송에 사용하는 상업용 우주 왕복선 ‘크루 드래건’에 관광객을 태우고 준궤도가 아닌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비행을 성공리에 마쳤다. 스페이스 X에서 개발 중인 ‘스타십(starship)’은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하는 우주선으로, 아폴로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궤도선과 착륙선을 분리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발사에서 비행, 착륙까지 한 번에 가능하도록 설계 중이다.
더 나아가 스타십을 사용해 지구 어디든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우주 교통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니 뉴욕과 서울을 하루에 오갈 수 있는 시대가 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우주에 관한 더 큰 꿈을 꿀 수 있길 기대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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