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구 서구 대구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손가락 국회’에 참여한 아동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지난 8월 대구 서구 대구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손가락 국회’에 참여한 아동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대구서구다문화센터 ‘다섯 손가락’ 프로그램

이주 - 비이주배경아동 어울려
아동의 권리 배우고 함께 고민

‘손가락 국회’ 구성해 의정활동
놀이터 등 안전 개선방안 도출

각자 처한 배경 이야기 나누며
소통 능력 늘고 관계도 좋아져


“학교에 가면 다문화 친구가 많은데, 솔직히 그동안 어울릴 기회가 없었어요. 센터에 와서 여러 나라에서 온 언니·오빠·동생들과 같이 놀고, 공부하며 챙겨주다 보니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됐어요.”(아이유·가명·10)

“센터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마음으로 왔는데, 한국어도 한국어지만 이번에 ‘다섯 손가락’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한국 친구들과 만나 아동의 권리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뜻깊었어요. 국적을 떠나 우리는 모두 소중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네요.”(파슬리·가명·12)

대구 서구에 위치한 대구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대구서구다문화센터). 대구서구다문화센터에서는 지난 3월부터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크기도 모양도 다르지만 우리는 하나, 다섯 손가락(다섯 손가락)’인데, 지역 내 방임 위험이 있는 아동과 아동의 가족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섯 손가락 프로그램은 지역 내 이주배경아동과 비이주배경아동을 한데 모아 진행한다.

대구서구다문화센터에 따르면 대구 서구 지역은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고 다문화 가정도 많다. 이주배경아동의 경우 한국 사회 내에서 학교 교육 기회가 부족하고 유색 피부로 인한 차별과 문화 부적응 등의 문제를 겪고 있지만, 정부의 다문화 가정 관련 정책은 국내 출생의 국제결혼가정 자녀에게 초점을 두고 진행되는 한계가 있다.

대구서구다문화센터 관계자는 “이주배경아동들은 정체성 혼란, 가족 불화, 체류 신분의 불안정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노출돼 있는데 제도권에서 이를 해소할 장치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소외되지 않은 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다섯 손가락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서구다문화센터는 우선 아동들에게 본인들의 권리를 일깨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손가락 국회’라 하여 아동들이 직접 아동의 대표자가 돼 임시 국회를 구성하고 의정활동을 벌이도록 한 것이다. 지난 5월, 7월, 10월 3번의 정규 국회를 열고 아동의 권리와 현재 처한 문제점 및 해결 방안 등을 도출하도록 했다.

아동들은 ‘손가락 국회’ 활동을 통해 배웠던 것을 토대로 권리교육 및 안전교육 활동을 벌였다.

스스로 안전 알리미가 돼서 집 근처 놀이터, 학교 등 지역사회에서 개선이 필요한 곳을 사진으로 찍었다. 한데 모여 시설 보수가 필요한 곳을 논의한 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플리마켓을 개최해 환경 조성금도 마련했다. 문제점 발견부터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구체적인 진행까지 모든 과정을 아동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아동들의 자신감이 자라났다.

아동들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행복해했다. 차별적 환경에 놓여 있는 아동뿐 아니라 자신이 차별적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아동들은 직접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주도적으로 이뤄가는 능력을 만들어갔다. 또래 관계도 좋아졌다. 이주배경아동, 비이주배경아동이 각자 처한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호작용 능력, 소통 능력 등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대구서구다문화센터는 잘 배우는 것도 좋지만 잘 먹는 것도 성장기 아동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로 생각해 부모 영양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건강한 장보기, 아동의 연령대에 맞는 식단 짜는 방법 등을 통해 취약계층의 가정에서도 건강한 세 끼 식사가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하영은 대구서구다문화센터 담당자는 “아동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눈에 띄게 밝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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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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