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한 신속·철저 수사와 문-이재명 회동 메시지를 동시에 낸 것은 여러 모로 부적절하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로까지 불리는 사건에 대한 검·경(檢警) 수사가 지지부진한 데 대한 반성과 질책이 앞섰어야 했다. 또, 대장동 책임의 정점에 있는 인사를 ‘여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만나겠다는 것은, 후보에 대해선 면죄부를 주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검찰 ‘코드 지휘부’가 유동규·김만배 등의 범죄로 한정하거나 윗선 규명에는 소극적인 정황이 뚜렷해 ‘꼬리 자르기’식 수사 의혹이 커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출된 지 이틀 만에 문 대통령은 두 가지 민감한 내용을 동시에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이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면담 요청이 있었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양자 회동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신속’‘조속’이라는 비슷한 말을 반복한 반면, ‘철저’는 한 번만 썼다. 수사 속도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비친다. 검찰과 경찰 움직임도 이에 부합한다.

사실, 대장동 사건 정도면 대통령이 주문할 필요도 없이 이미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 있어야 정상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경찰에 관련 정보를 이첩한 게 지난 5월, 성남시청에 구체적 민원이 접수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수사 능력도 의지도 한심할 지경이었다.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과 경찰이 ‘하명 수사’ 결과를 내놔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게다가 여당 국회의원이자 친문 핵심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찰과 경찰을 지휘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이 후보 혐의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이 후보를 만나선 안 된다. 만약 만난다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비치고, 심지어 범죄 은폐 공모 오해도 자초할 수 있다. 그리고 신속히 특검 출범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선 중립은 물론 여당 경선 중립 의지도 인정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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