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11월 2일 갤러리 담에서 신작 30여 점 선보여


‘존재에 대한 수치와
근원적인 두려움으로
아프고 힘겨운 시간들이다

애쓰고 집착하던 것들로부터
얼마간의 자유와 치유를
작업을 통해 맛본다

꽃비
생명 에너지가 내린다
존재 자체가 사랑인 것을….’.

김은현 작가는 개인전 ‘명상- 꽃비’를 여는 소회를 이런 글로 표현했다. 도조(陶彫) 작업을 통해 삶의 아픈 시간들을 건너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명상하며 얻는 희열, 세상과 생명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구원의 의지가 느껴진다.

김 작가는 서울 안국동 갤러리 담에서 이달 20일부터 11월 2일까지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를 펼친다. 서울대 미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조각을 공부한 그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다.

그의 작품들은 ‘기쁨’ ‘꽃비’ ‘아픔’ ‘나는 마음입니다’ ‘나 아닌 것이 없다’ 등의 제목을 지니고 있다. 삶의 희로애락과 함께 그것에서 해탈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다. 섬세하고 단아한 형태로 명상 작업을 표현한 이전 작품들에 비해 좀 더 거칠고 속도감 있는 손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근간에 몸의 고통을 겪으면서 격랑이 일었던 내면의 변화가 엿보인다.

김 작가의 작업은 흙을 주물러 공기를 빼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손으로 흙을 치대면서 흙덩어리에서 느껴지는 한순간을 포착해 속을 파내서 얼굴을 만들어 낸다. 그 안에 약간의 손자국으로 눈과 입의 윤곽을 만든다. 간결한 손자국으로 나온 얼굴의 형상에서 고졸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평론가 박영택은 김 작가의 작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했다. “졸박한 미감과 무작위적인 세계, 동심의 세계 같은 것이 깊숙이 잠겨있다. 흙이라는 재료, 물성의 특성을 최대한 존중해 이뤄진 그 얼굴은 다시 불에 맞고 재를 뒤집어쓰고 나앉았다. 가마의 불 속에서 그려진 흙의 마음이자 흙에서 걸어 나온 부처의 미소 같은 것이 서려 있다. 그런가 하면 어린아이의 얼굴 같기도 하다. 흙을 빚고 주물러 인간의 얼굴을 떠올리고 이를 뜨거운 불로 구워내 만든 이 조각, 도조는 특정한 이의 얼굴이기 이전에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누구의 얼굴도 아니지만 결국 모든 이의 얼굴로 다가온다. 더없이 무심하기도 하고 그지없이 소박하면서도 한 얼굴이 지을 수 있는 평화와 휴식, 안온과 정신적인 충만함을 온전히 드러낸다.”

장재선 선임기자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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