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 플레이어 |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좋은 사람이 꼴찌 한다(Nice Guys Finish last).” 오랫동안 통용돼온 이 말은 ○인가 ×인가. 틀렸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틀렸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지식의 르네상스인’으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비열한 사회에 회의를 느끼며 더 나은 삶을 찾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흔히 마키아벨리식 방법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저자 역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 봐도 좋은 사람이 승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당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겪는 일이야말로 이를 잘 보여준다.

개구리가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울음주머니를 부풀리듯 행하는 무례한 언사는 화자가 더 높은 지위에 있거나 더 해박하거나 대단한 집안 출신임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리낌 없이 호통치고 속이고 훔치는, 그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보다 성공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든 해내기 위해 약자를 못살게 굴고 권모술수를 부려야 하는가’. 저자는 900개 이상의 조직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이끈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다. 그는 1년 내내 자원봉사자 1만 명을 이끌고 개막식을 준비했지만, 단 한 사람도 정보를 흘리지 않는 기적을 만들었다. 타블로이드 대중지가 많은 영국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보일은 직원과 자원봉사자에게 정보를 흘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거나, 정보를 유출하면 자르겠다거나, 돈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우리 함께 ‘깜짝 쇼’를 연출하자며 모두를 개막식 일원으로 참여시켰고, 최대한 모든 지원을 해줌으로써 이를 가능케 했다. 합당하게 대우하고 정중하게 요청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며 이기는 ‘페어 플레이어’다. 저자는 여러 사람, 조직들, 특히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괴벨스를 비교하며 ‘보다 나은 선택’에 대해 설명한다. 다만 그는 공정한 방식은 그저 선한 의도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제안한 3가지 기술은 주변에 귀를 여는 ‘경청’, 필요한 것을 주는 관대한 ‘제공’, 하지만 휘둘리지 않고 자기중심과 선을 확고하게 지키는 ‘방어’다. 343쪽, 1만6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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