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학아, 내 동생아! 어찌 집 나간 지 37년이 되도록 소식 하나 없더란 말이냐. 이즈음 가을로 접어드니 더욱 생각이 나는구나. 살아는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불행한 일을 당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그것이 제일 한스럽다.
생사가 이미 갈라졌다면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으련만 참으로 그것이 제일 답답한 일이다.
이 누나의 기억 속 동생은 20세 무렵, 그 푸릇푸릇하고 앳된 모습에 멈춰서 있다. 1984년쯤이니 30년 하고도 7년이 됐구나. 그때는 고교시절을 끝내고 한창 꿈에 부풀어 있던 너였는데 무엇이 잘못돼 그리 집을 떠났다는 말이냐. 용하다는 점집과 무속인들에게 물어봐도 살았는지 죽었는지 속 시원히 답을 못했다.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갔다느니, 어느 이름 모를 골짜기에 묻혀 벌써 백골이 됐다느니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인 이야기들만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살아 있다면 어찌 그 긴 세월 동안 고향에 한 번도 다녀가지 않았겠느냐’며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 여겼지만, 우리 가족은 꼭 어딘가 살아 있을 것이라 믿었다. 강산이 바뀌어도 세 번도 더 넘게 변했을 37년 세월에 동생은 어떻게 변했으려나 짐작도 되질 않는구나. 오매불망 너를 그리던 어머니는 이미 고인이 되셨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것만 알아도 여한이 없다고 하셨지. 또한 바로 위 형도 병으로 그만 세상을 떠났구나. 세월이 유수 같아 이 누나도 이제 제법 나이를 먹었다. 생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옛날 가난한 가정형편에 보릿고개 때가 되면 올망졸망 나물이 반이나 들어간 잡곡 밥상 앞에 모여앉아 밥투정하듯이 한 술 더 먹으려고 양푼 그릇이 구멍 날 정도로 긁어대던 동생들 모습이 문득 떠올라 이 누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그렇게 헐벗고 굶주린 삶을 참고 나니 지금은 풍족한 세상, 좋은 세월에 누나는 살고 있지만, 동생과 함께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리움에 목이 메고 물질로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마음만 가득하다. 그리움에 못 이겨 동생에게 보낼 사연을 백지 위에다 깨알처럼 소복소복 써 놓고 보니 그만 보낼 곳이 없구나.
무심한 동생아! 이승에 아직 살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만나고픈 이 누나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그렇지 않다면 꿈에서라도 한 번 나타나 그간의 소식을 전해 주렴.
누나 김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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