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제(齊)나라 재상 안영(晏영)은 키는 작달막했으나 능력이 출중하고 늘 겸손해 백성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어느 날 구척장신 마부가 거들먹대며 크게 채찍을 휘두르면서 안영이 탄 수레를 몰았다. 마부가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다짜고짜 헤어지자고 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마부가 까닭을 묻자 “재상께서는 키는 작으나 지체가 높은데도 항상 공손하신데, 당신은 구척 거구에 지위도 변변치 않으면서 뭘 그렇게 거들먹대느냐?”고 했다. 잘못을 깨달은 마부는 다음 날부터 몸가짐을 조심했다고 한다. 마부는 윗사람의 위세를 믿고 으스댔던 것이다.

얼마 전 노철학자께서 정부에 비판적인 말씀을 하자, 논조를 못마땅하게 여긴 어떤 이가 나이를 들먹이며 막말을 퍼부었다. 취중에나 지껄일 만한 소리였다. 믿는 구석이 있거나 이를 논란거리로 삼아 뭔가 얻으려는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막말을 퍼부을 수 있을까? 거들먹대며 채찍을 휘두르는 마부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나이는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 나이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말씀의 내용으로 논쟁해야 했다. 부끄러운 줄을 알자.

‘노마지지(老馬之智)’는 전쟁 통에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 위험에 처한 관중(管仲)이 “이럴 때는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한 데서 유래한 성어다. 그의 예측대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늙은 말을 따라가 마침내 험한 산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경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과 지혜에서 나온 말씀은 ‘입에는 쓰나 몸에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무슨 죄라고 나이를 가지고 타박인가? 사람됨이 문제지. 너나 나나 나이를 먹는다. 아무리 먹고 싶지 않아도 헤어날 길이 없다. 그러니 세월 앞에 겸손해지자. 그리고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나이가 많건 적건 누구의 말이라도 귀 기울여 들어보자.

중동고 교장, 성균관대 명예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