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감축안 확정에 비판 고조

초안보다 급속히 넷제로 추진
목표실현 집착 비용추계 안밝혀
정책 불확실성·신뢰 저하 초래

“획기적 감축기술 도입 어려워
기업들 목표치 조정 요청 외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 줄이기로 확정한 정부의 탄소중립 최종안에 대해 재계와 산업계가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일방통행식·폭주로 인해 신규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산업시설의 해외이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넷제로(Net-zero·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정했지만 불과 2개월 전 2050 시나리오 초안보다도 한층 과감해진 목표 때문에 정책의 불확실성과 신뢰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18일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심의·의결했다. 2030년 NDC 최종안은 2018년 7억2760만t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3660만t으로 줄이는 것으로 결정됐다. 2018년 총배출량 대비 감축 목표치가 기존 26.3%에서 40.0%로 상향됐다. NDC 최종안에 담긴 2030년까지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4.17%)은 일본(3.56%), 미국(2.81%), 영국(2.81%), 유럽연합(EU·1.98%)보다도 높다.

재계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영향 분석 없이 정부가 단기간에 일방적으로 목표를 정했다며 깊은 고심에 빠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탄소중립 정책은 국가의 중장기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게 결정돼야 하는 사안인데도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필요한 비용 추계는 전혀 공개되지 않아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초안 공개 이후 경제계와 산업계는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목표치 조정을 요청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탄소중립안이 제조업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기업들의 산업시설 해외이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강·석유화학·정유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뿐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력 다(多)소비 업종도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미국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는 상당히 비싸다”면서 “결국 재생에너지 비용이 사용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도한 NDC 상향과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결국 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및 감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해외이전으로 인한 연계 산업 위축,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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