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시장개방 대응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팜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까지 전국 4개 지역에 스마트농업 관련 청년교육·기술혁신의 확산 거점인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는 한편, 3개 부처(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 스마트팜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시장개방 대응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팜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까지 전국 4개 지역에 스마트농업 관련 청년교육·기술혁신의 확산 거점인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는 한편, 3개 부처(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 스마트팜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 K-농업, FTA를 넘어 미래로 - (1) 시장개방 위기를 기회로

빅데이터 활용하고 자동화
온도·습도·일조량 원격 제어

청년농 중심 선진 영농 변화
농촌·농업 혁신의 핵심으로

정부서 R&D 3867억 투입
생산성 향상 48개 과제 추진


지난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크고 작은 FTA를 체결해 글로벌 무역의 선도국가로 올라서게 됐다. 시장개방을 통해 제조업 분야의 수출과 무역의 외연은 확대됐다. 반대급부도 컸다. 우리 농업·농촌은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농산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시장개방을 오히려 기회로 바꾸고 있다. 시장개방은 물론 농촌 인구 소멸 등 다른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우수한 기술과 의욕 넘치는 청년들의 도전은 농업·농촌 현장에서 이른바 ‘K-농업’으로 열매를 맺었다. FTA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K-농업의 미래 가능성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정부가 농업 현장에서 FTA 대응 및 농업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하게 벌인 지원 사업 중 하나가 재래식의 농업 현장을 스마트팜과 같은 첨단시설로 탈바꿈시키는 ‘생산·유통시설의 현대화’다. 농촌현장은 청년농을 중심으로 재래식에서 과학기술이 접목된 선진 영농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팜 기반의 작물 고품질 시설 현대화는 이제 단순한 대안이 아닌 농업·농촌 변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팜은 젊고 패기 있는 청년 농업인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K-농업’의 신무기로 부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5일 “‘스마트팜 혁신밸리’ 지역에 교육·창업을 위한 ‘청년창업 보육센터’, 임대온실 및 스마트팜 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한 실증단지 등 핵심시설을 갖출 계획”이라며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2022년까지 모두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팜, 개방을 극복하는 K-농업 신무기 = 전북 김제시 만경평야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하랑’의 토마토 유리온실 시설은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팜이다. 규모도 3.6㏊로 축구장 5개 크기에 달한다. 이곳에서 약 13만 그루의 토마토가 자란다. 최첨단을 자랑하는 이곳 온실은 모든 게 자동이다. 과거에는 원격제어 온실이라고 해도 관리자가 온실 환경을 수시로 체크해 직접 시설을 조작해야 했다. 이제 하랑의 토마토 온실은 관리자가 온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사무실에 설치된 여러 대의 컴퓨터를 통해 온실 안의 환경을 모두 관리·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설정된 온도·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를 통합제어장비가 자동으로 구현한다.

하랑을 경영하는 청년 농업인 허정수 대표도 이렇게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에 나타난 수치를 확인하고 온실을 관리한다. 이곳에선 하나의 줄기에서 5가지 색깔을 내는 ‘칵테일 토마토’를 재배한다. 수익도 짭짤하다. 이곳에서 생산된 토마토는 전량 국내에서 소비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수출이 막힌 상태이지만 전혀 걱정이 없다. 차별화된 칵테일 토마토는 국내 유명 대형마트에도 납품될 정도로 인기다. 하랑은 지난해 기준으로 70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농업인의 날 행사에 하랑의 토마토 농장은 국내 대표 스마트팜으로 소개되며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스마트팜은 비즈니스로도 상당히 매력 있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팜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해 꾸준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에 걸맞은 차별화된 아이템을 고민하던 끝에 고른 게 칵테일 토마토다. 일반 토마토 시장은 경쟁도 치열했기에 스마트팜에 맞는 특별한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고, 품종 테스트의 지난한 과정도 거쳤다. 허 대표는 “앞으로 토마토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품종 개발과 매출 증대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주변 다른 농가들과 협업하고 함께 이익을 나누며 스마트팜을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스마트팜 영농 확산 위한 범정부 노력 =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의 하나로 스마트팜을 선정했다. 스마트팜은 청년농 창업과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유망산업으로 부상했다. 고령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해 빅데이터·인공지능(AI), 자동화 등으로 생산성·편의성을 향상시킨 스마트농업 필요성이 농촌 현장에서도 요구돼 왔다. 이에 정부는 2018년 ‘스마트팜 확산방안’을 발표하고 스마트농업 관련 청년보육, 기술혁신의 확산 거점인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방안을 마련했다. 1차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김제·경북 상주에, 2차를 경남 밀양·전남 고흥에 조성하고 있다.

정부는 K-농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팜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가장 핵심은 범부처가 스마트팜 연구·개발(R&D) 지원사업에 나섰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농촌진흥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부터 산업화 연구까지 스마트팜 R&D 체계화 및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다부처 공동 R&D 사업을 신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다부처패키지 혁신기술개발 사업’이라 불리는 이 사업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총 386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센서·제어기 등 주요 ICT 기술 고도화·표준화 연구와 함께 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고도화에 집중될 예정이다. 스마트팜 생산성 향상, AI 기반 무인·자동화 기술 개발을 위한 1단계 48개 지정과제가 현재 선정돼 추진 중이다.

◇인력 양성하고, 국내기술 수출도 =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핵심은 청년창업 보육센터다. 이곳에서 스마트농업 기술로 무장한 청년농을 육성한다. 혁신밸리가 준공되면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우선적으로 운영(대학·지자체 온실 활용)해 연간 200여 명의 청년에게 스마트팜 이론·실습 교육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기술과 투지로 무장한 젊은 청년농들이 스마트 농업을 이끌 주력부대다.

이들 가운데는 이미 스마트팜을 직접 경영하는 창업농도 있다. 이승환 씨는 14년간 몸담았던 직업 군인의 길을 끝내고, 20개월 동안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다녔다. 1기 교육생으로 과정을 수료한 후 전남 영광에서 딸기 스마트팜 농장을 열었다. 스마트팜 온실을 지으려면 평당 70만~80만 원가량이 들어가는데 2개월의 이론교육과 18개월 동안의 현장·경영 실습교육을 통해 창농 초반에 겪는 어려움을 대부분 줄일 수 있었다. 이 씨는 “청년창업 보육센터에서 배운 내용들이 창농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혁신밸리 내 실증단지가 기술혁신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역량 있는 기업의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한다. 혁신밸리에는 보금자리주택 등을 공급해 정주 여건을 개선, 해당 혁신밸리에 입주하는 청년·기업들을 지원키로 했다.

민간업체들도 스마트팜 기술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여러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LG팜한농은 귀농·청년 창업농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빅데이터 기술 기반 딸기 병해충(잿빛곰팡이, 응애) 관리·방제 의사결정 서비스를 개발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AI 기반 비전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개체 수 및 체중 측정, 이상행동 분석을 통한 돼지 건강관리 지원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우수한 기술들이 스마트팜의 지평을 더욱 넓히는 추세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팜은 K-농업의 대표 상품으로 해외로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 스마트팜 기업이 대표적인 농업 국가인 호주와 스마트팜 수출계약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수출용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체결(2020년 10월, 2건)됐다. 쿠웨이트와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수출 계약도 올해 체결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실증사업이 활성화되면 국내 우수한 스마트팜 기술의 해외수출은 더욱 늘어나고 향후 다른 농작물과 함께 스마트팜 기술이 K-농업을 대표하는 상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지원/
2021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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