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대란 직면한 수출기업에
검사생략·분할납부 지원 확대
가상화폐 이용 환치기조직 적발
특송·국제우편 밀수 급증 불구
수사 인력 부족 해결 당면 과제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관세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을 맞아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입과 물류에서 출구(出口)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한 내수 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4.2%(정부 전망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장 큰 원동력도 수출입과 물류의 활성화에 있다.
관세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물류 대란이 발생해 어려움에 처한 수출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6개 세관에 전담 조직을 설치, 17개 지역 특화산업 수출 유망기업을 선정하고 유관기관과 함께 일대일 맞춤형 지원에 나섰다. 올해 6월부터 △수출 기업이 희망하는 장소에서 검사 실시 및 우수업체에 대한 수출 검사 생략 △선적 지연에 따른 불이익 방지를 위해 적재 이행 기간 연장신청 자동 승인, 수출 신고 취하 시 행정 제재 면제 △납기연장, 분할 납부 지원 확대, 수출용 원재료 즉시 환급, 관세 조사 유예 등을 시행했다.
코로나19 확산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사용이 늘어나면서 관세청 업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소재 아파트 매매 자금의 조달 행위 및 아파트 취득 신고 여부 등에 대한 기획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자금으로 아파트를 구매한 외국인 17명(16채, 176억 원)을 적발하고, 9개의 환치기 조직(8122억 원)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 흥미로운 점은 자금의 불법 반입 통로 역할을 한 환치기 조직이 기존 환치기 수법 대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환치기 수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가상화폐 환치기를 통한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불법 취득 사실을 적발한 최초의 사례”라며 “새로운 무역범죄에 대해 적시에 대응한 모범(模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환치기는 국가 간 실제 자금의 이동이 없다는 측면에서는 기존 환치기 수법과 동일하지만, 가상화폐의 국가 간 이동이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환치기 수법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검찰청법 개정으로 마약류 사건에 대한 세관의 직접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마약밀수 환경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도 관세 행정 변화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관세청의 마약류 사건에 대한 단독수사 범위가 관세청 적발 마약류의 약 88%에 달할 만큼 넓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국가 간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자 마약 밀수 패턴이 항공여행자(올해 1∼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건수 79% 감소, 중량 88% 감소)에서 특송·국제우편(건수 224% 증가, 중량 189% 증가)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 마약 단속 실적은 92만4393g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0%나 늘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마약류 수사를 위해 관세청은 수사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인천세관 마약조사2과(12명)가 신설될 예정이다. 또 국제 마약조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 정보분석팀을 신설·운용, 최근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 해양 밀수인 필로폰 404㎏을 적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마약류 수사와 코로나19 확산 이후 변화된 마약밀수 환경 등을 고려하면 관세청의 마약 수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붕괴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미국에서조차 항구에 하역을 기다리는 컨테이너 선박의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현재 미국으로 들어오는 선적 컨테이너의 약 40%를 처리하는 로스앤젤레스(LA)와 캘리포니아 롱비치 항에는 하역을 기다리는 컨테이너 선박의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으며, 백악관 관계자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사람들이 구할 수 없는 물품이 꽤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붕괴는 물류 대란과 물가 폭등을 초래하고 있다.
관세청은 물류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해운 운임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이 발표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의존하고 있다. SCFI는 상하이(上海)에서 출발하는 해운사 등 물류 공급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해운 운임 정보를 보여주는 지표다. 관세청은 이런 ‘정보 의존증(症)’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안에 ‘한국형 컨테이너 운임 통계’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개발은 마쳤고 해양수산부, 통계청 등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다.
임재현 관세청장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물류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수출입뿐만 아니라 물가 등 경제 전반을 운용하는 데 매우 중요해졌다”며 “한국형 해운통계가 나오면 국내 수출입 기업과 해운사들이 한국 사정에 맞는 훨씬 정확한 운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수출입 경영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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