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비밀작전 하듯 이뤄진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피의자의 방어권 침해 소지까지 뚜렷할 정도로 정상적 형사사법 절차에서 벗어나 있다. 공수처가 야당 경선 일정 논리까지 동원한 것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정치적 오해 소지를 의식했다면 더욱 정교하게 접근했어야 했는데 거칠기 짝이 없다.

공수처는 손 검사 체포영장 기각 이틀 만인 지난 23일 토요일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소환에 불응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강제 수사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구속영장을 청구한 전례가 없다. 실제로 손 검사는 변호인을 통해 11월 2일 출두 의사를 밝힌 상태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 사실도 이틀 뒤인 25일에야 손 검사에게 통보했다.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으로, 손 검사 측의 방어권 침해 주장은 타당하다.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권익 침해 정도가 더 낮은 방법과 절차를 사용해야 한다’는 공수처 사무규칙을 스스로 어긴 셈도 된다.

손 검사 영장청구는 ‘이성윤 황제조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런 행태 때문에 권력과 코드를 맞춘 ‘정권 옹호처’ 비아냥도 받는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출석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유력 야당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까지 내비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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