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사단 장병들 수류탄 대용 진지공격 전투기술에 활용된 듯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강원 철원 백마고지(무명 395고지) 유해발굴 현장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 상황을 증언하는 ‘사이다 화염병’이 발굴됐다. 6·25전쟁 당시 춘천전투 등에서 적 탱크를 화염병과 수류탄으로 저지했다는 전사 기록은 있지만 전투 현장에서 화염병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28일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에 이어 지난 9월 1일부터 DMZ 백마고지에서 약 60일간 유해발굴을 진행한 결과 총 26점의 유해와 5132점의 유품을 발굴했다”며 “특이유품으로 교통호에서 사이다 음료병이 발굴돼 화염병을 이용한 진지 공격 등의 전투기술에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울 사이다’ ‘럭키’ 등 상표가 선명한 음료병 바깥에는 심지 천과 철사, 안쪽엔 기름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류탄이 떨어져 화염병을 대용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음료병은 6·25전쟁 발발 직전인 1946∼1947년에 국내서 생산된 제품으로 추정된다.
백마고지는 국군 9사단이 3배가 넘는 중공군에 맞서 열흘 동안 총 12차례의 공격과 방어전투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국군이 희생된 중부전선 중요 전투지역이다. 백마고지에서는 유해·유품들이 1.5m 깊이에서 발굴돼, 최대 60㎝의 깊이에서 발굴된 화살머리고지 지역에 비해 개인호, 교통호 등의 진지들이 2배 이상 깊이로 구축됐다. 국방부 측은 “고지의 주인이 수차례 바뀌는 상황에서 피아 모두 고지를 사수하고 포탄으로부터 생존성을 보장받기 위해 기존 진지에서 더 깊게 파고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화염병까지 발굴된 것에 비춰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교통호, 개인호 등에서 발굴된 유해들은 아군 유품(4927점, 96%), 적군 유품(154점, 3%), 식별 불가(51점, 1%)로, 현장감식 결과 다수가 국군전사자 유해로 추정된다. 유품 중에는 6·25전쟁 당시 사용됐던 야삽, 철모, 탄피 등 각종 탄약 및 전투장구류와 중공군이 사용한 일제 방독면도 포함됐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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