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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의견│이언 레슬리 지음│엄윤미 옮김│어크로스

사회가 극단적으로 대립한건
직설적 의사표현이 많아진 탓

인간의 최대 문제는 ‘확증편향’
자신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해

대화중 “진정하라”는 말은 毒
상대방의 분노만 불러일으켜

타인의 입장이 되는 ‘역지사지’
생산적인 의사소통 최고 방법


대선 때문일까, 날 선 공방들이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다. 굳이 대권까지 들먹일 것도 없다. 지금 세상은 서로가 서로를 향한, 토머스 홉스의 말을 빌리자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도 같은 상황이다. 온라인에서의 혐오 표현은 과장을 좀 보태면, 무법천지 수준이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이언 레슬리의 ‘다른 의견’은 “다른 의견”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 사회에 얼마나 큰 복(福)인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경찰관, 인질 협상가, 외교관, 이혼 중재자 등 의사소통 전문가들의 의견과 연구를 집약하면서 의견 대립을 생산적으로 이용하는 원칙들을 소개한다.

우리 사회가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는 이유는 고맥락 사회에서 저맥락 사회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맥락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은 “명쾌하고 직설적”인 반면 고맥락 사회의 그것은 “완곡하고 미묘하며 애매모호”하다. 중요한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고맥락의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예송논쟁을 보라. 권력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3년상’으로 할 것인지, ‘1년상’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다투지 않았던가. 하지만 시대가 흘렀고, 세상이 온통 온라인화되면서부터 사람들은 고맥락 방식의 커뮤니케이션보다 저맥락 방식의 소통, 즉 대화의 맥락들은 생략한 채 혀로 독을 뿜어낸다. 저자는 “인터넷은 버블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버블을 터뜨려 적대감과 두려움, 분노를 만들어낸다”고 일갈한다.

사실 인간 존재 자체에 문제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능적으로 혐오”한다. 자신이 틀렸다고 해도 “이성의 힘을 총동원해 자신이 옳다고 스스로 설득”한다. 이른바 확증 편향이 “우리 종이 가진 심각한 문제”인 셈이다. 그렇다고 다른 의견, 그것을 풀어내는 논쟁을 피해서는 안 된다. 논쟁은 확증 편향으로 무뎌진 내 생각을 예리하게 벨 수도 있고, 그렇게 베인 상처에서 새로운 영감이 태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 형제 중 동생 오빌은 형 윌버와 논쟁 후 밤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유는 격하기까지 했던 대화에서 나온 형과 자신의 주장을 합쳐서 정리했기 때문이다. 오빌은 논쟁 다음 날 아침 식탁에 어김없이 해결안을 내놨다.

그렇다면 싸우지 않고, 더더욱 물러서지 않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다. 우리는, 아무리 부인해도 대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상대방의 상태에서 함께 시작한다”는 마음, 즉 “상대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대화하는 방식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 유대를 형성하고, 격한 듯 보이는 대화도 순조롭게 풀어갈 수 있다. 이때 삼가야 할 말이 있다. “진정하라.” 이 말은 상대방의 분노만 일으킬 뿐이며, 속내를 보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조종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인질 협상가들은 ‘손들고 나와’나 ‘너희들은 포위됐다’ 같은 말보다 먼저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인질범을 달래고 안심시키라”고 배운다. 인질범들은 “자신이 장악당한다고 느낄 때 폭력에 기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논쟁 혹은 대화 중에 “상대가 의견을 바꾸고도 체면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근사해 보일 수 있게 해줄 방법”을 터득할 수만 있다면, 양측 모두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저자의 주장 중 가장 흥미로운 원칙은 스스로 연구하는 “인류학자”가 돼보자는 것이다. 사람들은 같은 문화권에 살아도 저마다의 취향과 개성을 갖고 있어, 사실상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를 저자는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신을 모시고 산다”고 표현하는데, 한 명의 개인은 각각이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먼저 연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논쟁에 들어가면 누구나 조급해진다.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쯤 되면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라면 “호기심이라는 무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보통 회의나 협상도 속전속결이 좋다고 여긴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이나 이슈에 대한 궁금증을 주고받으면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 어떤 말에 “진짜요?”라고 묻기보다 “좀 더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의 기분도 좋게 하면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실수를 인정할 타이밍을 찾는 것, 뻔한 질문을 삼가라는 등의 원칙을 제시한다. 한번 보고 말 사람이라면 이런 원칙이며 방법이 무슨 소용일까. 어떤 일을 통해 인간적인 신뢰와 유대를 쌓는 것, 결국 내 진심을 얼마나 어떻게 보여 주느냐가 관건이다. 저자의 마지막 당부는 대화 혹은 논쟁의 자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며,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396쪽, 1만68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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