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일본인│쓰노 가이타로 지음│임경택 옮김│마음산책

“20세기는 독서의 ‘황금시대’였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는 ‘활자’에서 멀어지게 됐나.”

일본 편집자 쓰노 가이타로(律野海太郞)는 ‘독서와 일본인’에서 이런 의문을 던지며 불과 100년 사이 사람들의 독서 생활에 일어난 ‘분주한 전환’을 살핀다. 60년 넘게 출판계에 몸담은 저자는 ‘전 국민의 취미’였던 독서가 ‘데이터 범람’의 시대에 존재감이 희미해진 역사를 되짚는다.

1900년대는 모든 계층에 독서 습관이 확산되며 ‘책을 읽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상식이 뿌리내린 시기다. 시민들의 읽고 쓰는 능력 향상, 대량생산 체계와 유통망 구축이 이런 변화를 낳았다. 대중잡지와 문고본 등 다양한 인쇄 매체의 등장은 ‘독서의 평등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중문화 콘텐츠와 인터넷이 발달하며 책이 갖는 힘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전철에 탄 시민들은 책 대신 스마트폰을 들었고, 서점가에선 딱딱한 ‘중후장대형’ 책 대신 부드러운 ‘경박단소형’ 책이 대세를 형성했다.

저자는 달라진 트렌드가 ‘가벼움의 시대’를 불러온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공공자산인 도서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책은 ‘상품으로서의 얼굴’과 ‘문화자산으로서의 얼굴’을 함께 지닌다. 출판사는 ‘사고파는 상품’으로 책을 만들고, 도서관은 책에서 상품성을 ‘떼어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최근 도서관의 ‘신착 리스트’는 대부분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로 채워져 있다. 어렵고 딱딱한 책은 상품으로서도, 문화자산으로서도 취급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저자는 전자책 사용자가 늘어도, 영상 플랫폼이 확대돼도 종이책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의 물성(物性)’과 ‘이야기’가 ‘일체’되는 경험, ‘몸을 동반한 독서의 체험’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책은 ‘일본인의 독서사’를 헤이안(平安)시대부터 되짚으며 ‘호색일대남’이라는 통속소설이 독서 인구 증가의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또 에도(江戶)시대 인쇄혁명은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동활자와 주조기를 약탈해 간 역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280쪽, 1만75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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