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뉴슨이 2004년 내놓은 미래형 제트기 ‘켈빈 40’의 콘셉트 디자인. 공기역학 실험을 거친 디자인이면서도 뉴슨 특유의 조형적 개성이 두드러진다.
마크 뉴슨이 2004년 내놓은 미래형 제트기 ‘켈빈 40’의 콘셉트 디자인. 공기역학 실험을 거친 디자인이면서도 뉴슨 특유의 조형적 개성이 두드러진다.

■ 최경원의 지식카페 - ⑪ 마크 뉴슨

초기작 ‘씨눈 의자’, 단순한 곡면을 매력적으로 빚어낸 명작…‘헤라클레스 옷걸이’는 대칭과 비대칭 이야기 표현
‘미래형 비행기 콘셉트’엔 장인정신과 첨단과학 접목…‘아이워치’ ‘아이폰 6’ 디자인으로 여전한 파워 보여줘


한때 세계 3대 디자이너로 2000년대 초반 세계 디자인을 휩쓸었던 마크 뉴슨. 이를 생각하면, 그의 낯설어진 이름에서 많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명불허전. 애플의 디자이너인 절친 조너선 아이브의 부탁으로 아이워치와 아이폰6를 디자인하면서 그는 여전한 디자인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그는 현대 디자인의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의 디자인은 대체로 장인정신이 깃든 부드럽고 편안한 형태에 첨단기술을 초대한 듯한 이미지가 특징이다.

뉴슨의 비교적 초기 디자인인 ‘씨눈(Embryo) 의자’는 향후 그의 디자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미리 보여준 명작으로 꼽힌다. 전체적으로 직선이나 기하학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는 유기적인 형태인데, 의자이기보다는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보인다. 단순한 곡면 형태를 매력적으로 빚어내는 뉴슨의 조형 감각을 잘 보여준다. 강철로 만들어진 의자의 프레임에 사출 성형된 폴리우레탄 형태를 고정하고, 그 위에 잠수복 소재로 많이 사용된 네오프렌을 타이트하게 씌워 만들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유기적인 곡면에 잠수복 재질이 두드러지는 이 의자는 매우 호주적이다.

‘카펠리니(Cappellini) 의자’는 씨눈 의자와 같은 해에 디자인한 의자인데, 의자 전체가 나무로 만들어졌다. 구조를 보면, 나무로 의자를 만드는 기존 가공방법과는 매우 동떨어진 방식으로 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늘게 자른 원목들을 휘어서 결합했다.

뉴슨은 이 의자를 통해 나무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다는데, 약한 나무 조각들이 모여 인체를 지탱하고 떠받치는 구조로 디자인한 것을 보면 그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이 의자는 작지 않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무 조각들의 사이 공간으로 인해 매우 투명한 존재감을 가지게 됐다.

뉴슨 디자인에 항상 따라다니는 공예적 이미지가 잘 표현된 디자인이며, 그의 디자인이 단지 기능이나 재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철학적인 개념까지 구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르곤(Orgone) 의자’ 역시 뉴슨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디자인이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의자와 달리 이 의자는 원기둥을 납작하게 누르고 휘어서 만들어진 것 같은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의자의 앞쪽 구멍은 의자의 등받이 위로 연결돼 뚫려 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도 튼튼하고 의자 자체가 탄력을 갖게 됐다. 의자 아래쪽에 연결돼 있는 세 개의 다리도 의자 몸통의 빈 공간과 연결돼서 속이 비어 있다. 그래서 파이프처럼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 가볍고 견고한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각적인 의자 형태를 빚어내는 그의 솜씨가 대단하다.

가구류뿐 아니라 일상 생활용품에서도 뉴슨은 뛰어난 디자인 솜씨를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비교적 그의 초기작인 ‘헤라클레스(Hercules) 옷걸이’는 은유적이면서도 은근한 곡면의 조형미를 한껏 보여준다. 뉴슨의 디자인은 특유의 유려한 곡면들로 눈을 매료시키는 힘이 강하다. 별것 아닌 옷걸이 하나에도 그런 매력을 담아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이 옷걸이는 우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얇은 선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옷걸이에 비해 옷을 입체적으로 보관하게 해준다. 그런 옷걸이의 기능성을 고려하면서도 은은한 곡면의 매력적인 흐름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걸이 부분이다. 대칭적인 구멍에 걸이 한쪽이 뚫린 듯한 형태를 하고 있어, 대칭적이면서도 비대칭적인 형태다. 일반적인 옷걸이는 이 부분이 아예 비대칭적인데, 대칭적인 형태를 그리게 하면서 실지로는 비대칭적인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간단한 처리이지만 뉴슨이 형태를 매우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저 형태만 예쁜 게 아니라 대칭과 비대칭의 이야기를 넣어 놓았다.


비교적 오래된 디자인이기는 하지만 ‘록 도어스톱(Rock doorstop)’은 단순한 형태에 뛰어난 아이디어를 담아 주목을 끌었던 기억이 있다. 둥근 모양에 뚜껑이 달린 단순한 모양인데, 문을 열어 놓고 고정시켜 놓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무거운 문을 고정하기에는 부족해 보이지만, 뚜껑을 열고 안에 물이나 모래를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무거운 문이라도 닫히지 않게 고정할 수 있다. 가볍고 싼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어졌으면서도 뛰어난 기능을 수행하는 아이디어가 실용성과 재미를 아주 많이 줬던 디자인이다. 생활을 세밀하게 살피는 뉴슨의 독특한 기능주의적 태도를 읽을 수 있는데, 역시 뛰어난 디자이너는 삶의 모든 점에 모자람이 없이 대응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유명한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을 위해 디자인한 ‘헤어드라이어’에는 뉴슨의 세련된 기계 미학이 잘 표현돼 있다. 전체 형태는 다소 단단해 보이는 이미지에 모서리를 유려하게 굴려서 특유의 부드럽고 단단한 느낌을 보여준다.

뉴슨의 디자인들은 대체로 이렇게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유선형적인 특징이 있다. 그사이에 연한 녹색의 부분을 넣어서 무언가 부드러우면서도 산뜻하고 세련돼 보이게 하고 있다. 특히 손으로 조작하는 버튼 부분을 녹색의 굴려진 원기둥 모양으로 디자인해 사용하기도 편하고 보기에도 좋게 만들었다. 일류 디자이너의 감각을 잘 느낄 수 있다. 바람이 나오는 부분을 벌집 구조로 해 시각적인 변화를 주고 있는 것도 놓칠 수 없다. 기계적이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형태로 마무리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샴페인 용기’에서는 은유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 뉴슨의 디자인들은 대체로 기계적인 특징이 강한데, 이 샴페인 용기에서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예술성을 더 많이 취하고 있다. 샴페인을 시원하게 보관하는 용기를 병 모양으로 디자인해 이중적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병처럼 생긴 용기의 윗부분이 뚜껑이 되는 구조가 사용하는 사람에게 매우 큰 즐거움을 준다.

평소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지만, 이런 프로젝트에서는 문학적 표현을 능숙하게 하고 있어서 그의 디자인 솜씨가 광범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뉴슨은 2004년 까르띠에 재단의 지원으로 비행기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평소 탈것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고, 항공기 형태에서 디자인 영감을 많이 얻었던 터라 비행기 디자인이 낯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로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아니었고, 미래형 비행기 콘셉트 디자인이다.

그가 디자인한 비행기의 이름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 ‘솔라리스’에 등장하며, 열역학 연구로 유명한 19세기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켈빈(Kelvin) 경의 이름을 땄다. 그래서 그런지 이 비행기의 디자인은 왠지 고전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앞쪽 날개가 상당히 넓어서 비행기가 마치 오징어처럼 생겼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모양이 아니라 ‘이게 날아갈까’ 싶지만, 이 비행기는 많은 공기역학적 실험을 통해서 디자인된 것이다. 꼬리날개의 휘어진 모양도 특이하다. 뉴슨의 조형적 특징이 잘 표현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행기 전체의 모양은 비행기로서 갖춰야 할 유기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공기역학적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뉴슨 특유의 조형적 개성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뉴슨은 기능적인 것에서 은유적인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의 디자인을 많이 해왔다. 그러면서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매우 모순적인 조형성을 잘 표현하면서 특유의 디자인 세계를 구축, 많은 사람을 매료시켰다. 약간 주춤한 면은 있었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세계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어떤 디자인들을 내놓을지 여전히 기대를 갖게 만든다.

현디자인연구소장


마크 뉴슨(Marc Newson)
마크 뉴슨(Marc Newson)

■ 마크 뉴슨(Marc Newson)

- 1963년 호주 출생

- 1984년 ‘시드니 칼리지 오브 아트(Sydney College of Arts)’에서 보석과 조각 전공

- 1986년 ‘록히드 라운지(Lockheed Lounge)’ 의자로 호주 공예협회 디자인 어워드 수상

- 1997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해 ‘마크 뉴슨’사 설립

- 2005년 타임지 ‘세상에 영향을 끼친 100인’ 선정

- 2013~2014년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첫 개인전

- 2015년 애플사 디자인팀에 합류해 ‘아이워치’ ‘아이폰6’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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