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울산 방어진에서 찍은 사진. 맨 오른쪽이 강정은. 가운데가 필자.
1990년 울산 방어진에서 찍은 사진. 맨 오른쪽이 강정은. 가운데가 필자.

■ 보고싶습니다 - 친구 강정은에게

젊은 날의 소중했던 친구 정은아(원래 이름 ‘강정숙’에서 개명함). 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니? 정말 너무도 보고 싶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친구 정은아.

20세 무렵 서울에서 만나 직장생활 하는 가운데 수년간 너무도 친하게 지냈는데, 내가 결혼해서 1988년 남편 직장 따라 천리타향 멀고 먼 울산으로 내려온 후 아이 낳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그 와중에 그만 슬그머니 소식이 끊기고 말았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 안타깝고 후회스럽기만 하다.

처녀 때 정은이 너는 서울 신림동에 살았고, 거기서 성당도 열심히 다녔었지. 나는 신림동에서 액세서리 가게도 했다가, 영등포 문래동에 있는 조그만 회사에서 경리 일도 했었고. 그러다 나는 결혼을 했고,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몇 달간 신혼생활을 하다가 울산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남편을 따라 울산에 내려오게 됐었지.

서울 하월곡동에 잠깐 살 때는 네가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곤 했었지. 우리 집에 와서 밥도 먹고, 얘기꽃도 피웠다가 남편과 셋이 어울려 재미나게 고스톱을 치던 기억도 난다. 또, 내가 울산으로 이사 내려온 뒤에는 네가 1990년쯤 울산에 한 번 다녀간 적도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내가 가끔씩 네 얘기를 꺼내면 남편도 많이 보고 싶다며 어떻게 찾아볼 수 없을까 지금도 함께 고민해준단다.

늘 해맑게 웃는 예쁜 얼굴에 털털하고 시원시원했던 네 성격은 지금도 여전하겠지? 우리 사이에 소식이 끊어진 게 1990년 즈음이었으니 스물아홉, 서른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벌써 30여 년 세월이 유수처럼 흘렀다. 어느새 우리 나이도 60줄에 들어섰고. 풋사과처럼 탱글탱글하고 고왔던 우리의 얼굴도 이제는 잔주름 등 세월의 흔적만 서서히 쌓여가고 있다.

정은이 너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그동안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버린 30여 년의 사라진 사연들이 너무나 궁금하기만 하다. 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돼 잠을 설치고 있단다.

그립고 그리운 젊은 날의 친구 강정은! 앞으로 우리가 더 늙기 전에, 살아 있는 동안 꼭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을게. 꼭 나의 부름에 예전처럼 정다운 목소리로 웃으며 답해 주렴.

친구 정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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