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 석달도 안남아… 모호한 법 조항에 업계 혼란 가중

제조업체 “컨설팅에만 수십억
내년 사업계획 수립 차질빚어”

일부 건설사,오너 리스크 우려
전문경영인으로 CEO 교체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 27일)이 임박했지만 대기업,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학에서조차 모호하고 과도한 법조항에 따른 혼란과 불만을 호소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외에 산적한 리스크까지 가세해 가뜩이나 시계(視界)가 불투명한 2022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실정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외부 컨설팅과 사내 교육에 집중하느라 본업에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학 분야 대기업 계열사 A사 관계자는 “방대하고 모호한 법 내용 때문에 컨설팅만 4∼5군데에서 받느라 수십억 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컨설팅과 사내 교육에 너무 많은 인원이 투입되면서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책임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현장 책임자와 CEO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놓고 법 내용에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기업들은 지적한다.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보니 로펌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형 로펌들은 고위직 검사·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내세워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에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한 보험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공정 특성상 산업재해가 상대적으로 많은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중견 건설사 B사 관계자는 “대형, 중견 건설사까지 포함해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사 현장만 해도 300곳이 넘는데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도 모르고, 일일이 관리도 어렵다”며 “건설업체 CEO의 주 업무는 앞으로 경영이 아니라 ‘수사기관 출석’이 될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일부 오너 건설회사의 경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아예 전문경영인으로 CEO를 바꾸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산재와는 거리가 있는 업종조차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 C사 관계자는 “수십 년간 안전사고가 한 번도 없었는데 건물 외벽 청소를 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적용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도 안전 관리 책임자를 둬야 하는데 법인화된 국립대의 경우 정원 문제로 인력 충원을 할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대책조차 없다. 지방의 한 중소업체 대표는 “직원들한테 ‘사고 나면 내가 감옥 가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하는 것 외에 별 대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며 “대책도 돈과 인력이 있는 큰 회사들에나 해당되는 얘기”라고 했다.

김병채·이근홍 기자
김병채
이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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