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 부처다. 국민이 먹고살기 어려울 때 경제 개발을 위해 최일선에서 활약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은 제2차대전이 끝난 뒤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변한 천연자원조차 없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요즘 기재부가 완전히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급기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에서는 ‘기재부 해체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이재명계’ 의원들의 싱크탱크인 ‘성장과 공정포럼’은 지난 10월 27일 이 후보의 국가관 및 국정운영 방향을 홍보·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자리에서 이 후보의 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 후보는 대의 민주국가를 신봉하고, 신(新)집정관 국가를 배격한다”며 “민주주의 후퇴 원인은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고 ‘임명된’ 집정관 집단이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고 정책을 결정·집행하면서 선출된 대표들의 대의 영역을 축소시킨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임 명예교수는 “기재부는 보편적 재난지원금에, 감사원은 탈원전 정책에 각각 저항했다”고 예를 들었다. 말을 어렵게 했지만, 결국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 선출직인데 임명직에 불과한 부처 수장들이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주주의 기본 원칙으로 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이렇게 얘기하면 마치 지금까지 선출직 권력인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서 기재부 등이 일해온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최종 재가권(裁可權)은 항상 대통령이 갖고 있었다. 다만, 대통령이 경제 관료 등의 경륜과 안목을 존중했을 뿐이다.
경제총괄 부처 해체론이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난 뒤 “위기의 근원(根源)은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재정경제원”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당시 재정경제원은 지금의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를 합쳐 놓은 ‘초거대 부처’였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원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 등 3개 부처로 쪼개졌다. 그 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예산과 세제, 국제금융 등의 기능을 다시 합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의 양대 축으로 기본 골격이 짜였다.
자본주의가 성숙해지면 민간 자본이 활성화하면서 정부 부처의 위상은 낮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다만, 그동안 경제 부처 등 전문가 집단이 대통령과 측근들의 불합리한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포퓰리즘이 덜 횡행했고, 그게 한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력은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좌에서 우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정책이 180도 바뀐다면 그 나라가 온전하게 유지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아이디어를 낸 음식점 허가총량제 같은 제도를 경제 부처의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시행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나라를 ‘엉터리 실험장’으로 만든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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