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여 년 전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는 위(衛)나라 왕에게 구변(苟變)이라는 사람을 천거한다. 왕은 “그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나 예전에 백성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남의 달걀 두 개를 먹었기에 등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세금을 핑계로 공사를 구별하지 못한 짓이라는 것이다. 이에 자사는 “지금은 전국시대입니다. 이런 위급한 시기에 고작 달걀 두 개 때문에 뛰어난 장수를 내칠 수는 없습니다. 훌륭한 목수는 좋은 나무에 옹이가 한두 개 있다고 해서 나무를 버리지 않습니다. 장점만 취하면 됩니다”라고 한다.

왕은 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작은 하자가 있으면 등용할 수 없다는 것이고, 자사는 국가가 처한 상황이 만만치 않은데 작은 하자 때문에 인재를 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자사는 옹이가 많으면 나무를 버릴 수밖에 없으나 한두 개의 옹이는 잘 다듬으면 쓸 수 있으니 좋은 나무를 옹이 때문에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왕을 설득한다. 왕은 그가 어마어마한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나라가 처한 위급한 상황을 고려해 작은 흠결 정도는 접어주자는 생각에 그를 등용한다.

우리도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문제 하나만으로도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어 바로 하차했으나 청문회를 거듭하면서 공직 후보자마다 반복되니 이젠 으레 그러려니 한다. 그때 낙마한 분들만 억울할 노릇이다. 당시 달걀 두 개 값이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2400여 년 전 사람들도 관료 등용에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달걀 두 개는커녕 셀 수 없는 흠이 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니 청문회를 왜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옹이 많은 나무를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하다고 대들보로 삼아 집을 지으면 얼마 못 가 사달이 나고 만다.

중동고 교장, 성균관대 명예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