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혁신의 명암

카카오·쿠팡·배민·야놀자
사업 확장하며 사회적 갈등
‘금전지원 상생안’ 내놨지만
소상공인들은 “면피용” 비판

전문가 “상권 직접진출보다
혁신 통해 함께 시장 키워야”


플랫폼 기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낳은 카카오와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소상공인 및 이해관계자 등과의 상생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정성이 부족한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이 단순히 소상공인에게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수준으로는 진정한 상생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 헤어샵’의 연내 철수 및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자회사의 완구 소매업 철수,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프로멤버십’ 폐지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카카오T 택시 스마트호출과 카카오T 비즈니스의 꽃·샐러드·간식 배달 중개 서비스는 종료했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퀵커머스 사업 ‘쿠팡이츠 마트’와 비대면 휴대전화 개통 서비스 ‘로켓 모바일’ 등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중개 수수료를 두고 소상공인과 마찰을 빚은 데 이어 ‘B마트’가 논란이 됐다. 야놀자는 이수진 창업자와 초기 창업 멤버 등 임직원이 숙박시설을 운영하며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플랫폼 기업들은 국회 국정감사를 전후로 다양한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에 속도를 내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시장 침탈을 막고 소상공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는 국회에서 청문회를 개최해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시급한 현안”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에게 단순히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상생안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시장을 만들고 규칙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선수로 뛰는 구조를 막고 끊임없이 혁신해야만 진정한 상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함께 시장을 키워서 수익을 나눠 갖는 방안을 마련해야지, 기업이 돈으로 해결하는 건 본질적이지 않다”며 “네이버나 카카오를 위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많이 나타나면서 국내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기존 산업과 머리를 맞대고 혁신을 추진하다 보면 새로운 혁신이 나타나고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최근 플랫폼 기업들을 보면 일정 규모로 성장한 이후에는 혁신보다는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플랫폼 기업은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갈등의 핵심은 플랫폼 기업들이 중개 과정에서 얻은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판에서 선수로 변신, 중소상공인 사업 영역으로 무차별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소상공인 중심의 시장을 잠식하지 말고 중소상공인이 입점해서 이익 공유가 가능한 플랫폼 사업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 협회장은 “세계 시장을 점령한 미국 플랫폼 기업들은 자기 분야에서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들은 아직 유효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더디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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