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대한항공)이 지난 7월 도쿄올림픽 여자탁구 단식 32강전 도중 투지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 도쿄의 영광, 생활체육으로 꽃피다 - 탁구
코로나로 잠시 문닫았던 클럽 “올림픽후 가입 늘어 다시 활기”
50代 회원 “날씨 관계없이 즐겨 공 주고받는 ‘대화 같은’ 운동”
고급기술 배우는 젊은층도 늘어 “개인지도·다이어트 문의 증가 판단력 도움 치매예방도 효과”
의왕 = 글·사진 정세영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자리한 윤재영탁구클럽. 오후 7시가 넘어 해가 지면서 활기를 띠었다. 나이대는 다양했지만, 간편한 운동복 차림에 탁구 채를 든 ‘통일’된 모습으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비지땀을 흘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탁구 동메달리스트인 윤재영(38) 관장은 “이곳은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회원이 아닌 일반인도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탓에 동호인이 많이 줄었고 한동안 문을 닫기도 했지만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클럽이 다시 살아났고 새로 오시는 분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윤재영탁구클럽의 회원 수는 130명 정도. 이 가운데 40∼50대가 60% 이상이다. 30대가 20%, 20대가 10%, 10대가 10%. 구기 종목인 탁구는 유산소 운동. 공을 주고받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누리면서 심폐기능을 강화할 수 있어 중장년층에 인기가 많다. 경기장인 테이블은 가로 7m, 세로 14m로 작지만 쉴 새 없이 공을 때리고 받다 보면 1시간 운동량은 자전거를 탔을 때와 비슷하다. 그리고 언제나 ‘파트너’가 있다.
지난 10월 28일 경기 의왕시 내손동 윤재영탁구클럽에서 동호인들이 기량을 다듬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문의철(53) 씨는 “탁구는 공으로 주고받는 ‘대화’”라면서 “친구(상대)가 있으면 언제든지 탁구를 할 수 있고 춥거나 덥거나 바람이 불거나, 심지어 비나 눈이 와도 언제든 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력’ 12년 차로 고참급인 문 씨는 “평소 빨래, 설거지를 해놓는 등 집안일을 열심히 한다”면서 “탁구는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술적인 완성도와 종류 등 배움의 끝이 없어 몸에 좋고 인생에 교훈도 준다”고 덧붙였다.
탁구는 가장 대중적인 생활체육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한탁구협회는 생활체육 탁구인을 약 300만 명, 탁구장은 총 2399개로 추산한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탁구인은 더욱 늘어났다. 노메달에 그쳤지만, 국가대표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근성을 펼쳤다. 특히 17세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은 위기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투지를 불살라 강렬한 인상을 안겼다. ‘신유빈 효과’ 덕분인지 학생 탁구인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윤 관장은 “탁구는 빠르게 전개되는 스포츠이기에 두뇌회전, 집중력 증진에 아주 좋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처음엔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탁구장에 왔다가 꾸준히 운동하면서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심풀이, 놀이를 넘어 탁구의 고급기술을 익히려는 이들이 20∼30대 젊은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윤 관장은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개인지도를 문의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개인지도, 다이어트를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은 운동 강도가 센 편”이라고 말했다.
탁구는 반사신경을 강화하고, 신체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무척 효과적이다. 탁구공은 지름 4㎝, 무게 2.7g. 구기 종목 중 가장 작고 가볍다. 탁구공은 ‘훅∼’하고 바람을 불면 날아갈 정도며 궤적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작은 공의 빠르고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눈으로 계속 쫓아야 한다. 그래서 시력 저하를 방지하는 데도 효험이 있다. 회사원 김효상(50) 씨는 “40대에 탁구를 시작하면서 몸이 좋아졌고 특히 일찍 노안이 왔는데 지금은 싹 사라졌다”면서 “탁구공은 회전에 따라 변화가 심하고 팔이나 손이 아닌 몸 전체로 쳐야 하기에 신체 균형을 안정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접근성은 중요한 생활체육 체크리스트”라면서 “탁구는 순수아마추어, 동호인 대회가 많고 동기유발에 좋고 동네마다 탁구장이 있어 언제든지 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생활체육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래 사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는 게 모든 이의 바람. 탁구는 고령화시대에 가장 적합한 생활체육으로 꼽힌다.
윤 관장은 “탁구는 머리를 안 쓰면 안 되고, 판단력과 민첩성을 동시에 향상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서 “몸은 물론 정신을 움직이고, 둘이 어울리는 운동이기에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