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문화부장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첫날, 식당과 거리엔 사람이 넘쳐났다. 관람객은 팝콘을 먹으며 심야영화를 봤고, 대학로 극장 앞엔 배우들의 퇴근길 인사를 기다리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잠실구장엔 1만2422명이 찾아 코로나19 이후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이제 관객 500명 미만의 콘서트도 가능하니, ‘떼창’은 불가능해도 무대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월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뒤 651일, 거의 2년 만이다.

2년 만에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종식까지 예측할 수 없는 멀고도 먼 길이 남아 있다. 먹는 백신약 등이 나와 코로나19를 넘어선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전망했듯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문화 인류학자 칼레르보 오베르그는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문화적·사회적 환경을 접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를 ‘문화충격(culture shock)’이라고 규정했는데, 흥미롭게도 ‘적응의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은 6개월을 기점으로 적응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1∼2년 정도 지나면 이 바뀐 환경에 적응된다. 코로나19라는 충격의 터널에 들어간 지도 2년이니, 우리는 그사이 새 환경에 적응됐고, 그래서 우리 스스로도 변했다고 할 수 있다. 돌아갈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단순히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온라인 공연, 온라인 전시 등 비대면 문화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지만, 정확하게는 진행되던 변화가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을 건너뛰어 조금 빨리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익숙해졌고, 드라마와 영화의 장르 구분은 모호해졌으며, 영화를 극장에서만 보던 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 2년은 건너뛸 수 있는 공백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삶을 산 일상이었다.

그래서 또 다른 의미에서 더 어려운 시간은 지금부터일 수 있다. 일상이 단계적으로 회복되고 보다 안정적 시간이 오면 지난 2년간의 결과가 한꺼번에 몰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이 ‘공백’인 줄 알았는데 세상은 급변해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은 것이다. 변화에 잘 대응한 사람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던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시대’보다 더 혼란스럽고, 잔인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변화에 대한 감각과 자기 성찰이 꼭 필요한 이유다. 매년 다음 해 트렌드를 전망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22년을 전망하며, 이 시대를 이겨나갈 가장 중요한 힘으로 ‘내러티브 자본’, 즉 ‘자기만의 서사(敍事)’를 꼽았다. 창의적으로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으로 만드는 자기 이야기를 말한다. 엄청나게 거대한 서사일 필요는 없다. 변화하는 세상을 인지하고, 그 속에서 나의 자리는 어디여야 하는지, 나는 어디를 어떻게 향하고 싶은지를 점검하는 일, 위드 코로나로 진입하는 이 시간은, 바로 자신만의 내러티브는 무엇인지, 자신의 서사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때다.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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