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부추길 가능성 커져
유류세 인하 등 정책과도 충돌
‘물가안정’단기간 해결 쉽잖아
통계청이 2일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2021년 10월)은 한국 경제를 덮친 물가의 공세가 얼마나 엄청난지를 보여준다. 장기간 저(低)물가 이후 찾아온 고(高)물가의 역습은 중산·서민층의 삶을 팍팍하게 하고 있다. 정부 대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소비쿠폰 등의 시행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2%를 기록,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2%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 경제를 강타한 고물가가 무서운 이유는 오랫동안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경제 주체들이 고물가에 대응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연간 소비자물가는 8년 연속 2% 아래였으며, 특히 2019년(0.4%)과 지난해(0.5%)에는 0%대 물가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물가가 단시일 내에 안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10월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2.8%를 기록해 2012년 1월(3.1%) 이후 가장 높았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는 올해 10월 4.6% 오르면서 2011년 8월(5.2%)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급등은 석유류(27.3%)를 포함한 공업제품이 4.3% 오른 데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통신비 지원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가 종료되면서 공공서비스 요금이 5.4%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008년 8월(27.8%)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전세는 2.5% 올라 2017년 11월(2.6%) 이후 가장 상승 폭이 컸다. 월세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0.9% 올랐는데, 증가율이 2014년 7월(0.9%)과 같다.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 피해 업종 지원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올해 11월 이후 카드 캐시백, 각종 소비쿠폰 발행 등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유류세 인하 등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편에서는 돈 풀기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책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1월 물가는 국제유가 고공행진과 소비심리 회복으로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것이 상승 요인”이라면서도 “유류세 인하 등 가격 인하 조치가 시행되고 통신비 지원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가 종료된 데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오는 12일(잠정)부터 약 6개월간 시행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가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주유소의 담합 등 불공정 행위 발생 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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