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의 5%분할상환 상품 등장
“은행에 월세 내듯 빚 갚는 격”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으로 은행권 대출을 죄는 동시에 분할상환을 통해 ‘나간 돈을 다시 들이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부담 가중을 하소연하고 있다. 전세대출을 갚는 일이 마치 은행에 월세를 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의 방침에 은행권은 분할상환 시 인센티브를 늘리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 중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최소 전세대출의 5% 이상을 분할상환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하나은행은 최소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대출자가 원하는 만큼 분할상환을 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이는 당국이 분할상환 대출 실적 기준을 전세대출의 경우 2년간 원금의 5%를 갚고 난 대출잔액으로 잡은 데 따른 조치다. 예를 들어 전세대출로 2억 원을 빌렸다면 5%인 1000만 원을 2년 간 분할상환하게 되고, 잔액인 1억9000만 원이 분할상환대출 실적으로 잡히게 된다.

은행의 이런 움직임은 당국이 전세대출의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정책 방향을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가계부채 관리TF’를 발족하고 지난달 26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의 이행 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전세대출 분할상환 우수 금융사의 기준과 우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TF는 가계대출 중도상환 시 수수료의 50%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내놨다. 오는 9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적용되는데, 연말 연초에 상환을 유도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분할상환 기준이 5%로 잡히면서 금융업계가 기존에 예상한 10%보다는 낮아졌지만 서민들의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억 원의 5%인 1000만 원을 2년간 원금 분할상환한다고 가정하면 매달 41만7000원 씩 갚아야 한다. 시중금리에 따라 이자가 3% 수준으로 붙을 것을 감안하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기존 거치식 전세대출이 평소 이자만 갚아가다가 만기에 한꺼번에 상환하도록 하던 것과 비교하면 체감되는 상환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전세대출을 받은 대출자 입장에서는 원금을 미리 상환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유가 있는 세입자들은 분할상환을 선택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매달 은행에 월세를 내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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