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11월 1∼2일 이틀 동안 영국 글래스고에서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온실가스 배출순위 2∼4위국 정상이 모두 불참했다. 온실가스의 27%를 배출하는 중국 시진핑 주석, 5%를 배출하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불참을 통보했다. 7%를 배출하는 인도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대신해서 부펜데르 야다브 환경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지만, 이미 그는 온실가스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론을 강조한 바 있다.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 회의에 참석해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약속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세계 정상 40명이 화상으로 진행된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은 물론 탄소중립에 소극적인 일본까지 강화된 감축 목표를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이진 않지만 동참 의지를 밝혔다. 반면 문 대통령은 수치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우리나라가 주관한 서울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화상 정상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불참했다. 지난 4월 기후변화 정상회의의 부진에 대한 뒷북 행사를 마련했지만 실패한 느낌을 줬다.

문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응에 역행하는 느낌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인 부담과 산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후회복경제(Climate-Resilience Economy)를 강조하는 것은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선언은 하지만 이행에는 눈치보기가 심각하다. 다른 나라가 하지 않는데 자국만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이슈가 제기됐을 때,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의 책임론이 부각됐고 1997년 교토의정서에는 선진 7개국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의무를 감당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진 7개국은 이 의무를 감당하지 않고 눈치보기로 일관하다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이끌어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분담하는 것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2∼4위국의 불참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야심 찬 저감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모범국이 될지 호구가 될지 판단해 볼 일이다. 또한, 이러한 야심 찬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 설정이 국제사회에 기여하기 위함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산정책을 다음 정권이 이어가도록 하기 위한, 저물어 가는 정권의 ‘말뚝박기’ 목적이었다면 망국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린뉴딜, 2050 탄소중립 계획에 이어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를 과감히(?) 발표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지금 국제사회에 제시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는 재생에너지 확대로는 감당이 안 된다. 태양광 발전을 그만큼 설치할 돈도 땅도 없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용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굴뚝산업인 철강·조선·시멘트·반도체 공장의 문을 닫을 수도 없다. 결국, 지금 약속한 모든 것은 원자력 확대로 이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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