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에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식견이 좁음을 비유한 것이다. 매미는 여름 한 철 살다 죽으니 살아보지 못한 봄가을을 알 수 없다. 개구리가 우물 안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을 하늘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것과 같다. 경험하지 못한 것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지적 경험의 중요함을 일깨운 것이다.

<사기(史記)>에 형가(荊軻)라는 유명한 협객이 나온다. 형가는 진시황을 암살하러 갔다가 도리어 죽임을 당한 의협심 강한 인물이다. 연나라 태자 단(丹)은 진시황을 죽이러 떠나는 형가를 연나라 수도가 있었던 북경에서 역수(易水)까지 배웅한다. 태자 단은 진나라에 볼모로 가 있다가 진시황에게 모진 학대를 받고 도망쳐 왔다. 그러니 원한이 오죽했겠는가.

그 대목을 읽으면서 북경에서 역수까지의 거리를 내 경험에 비춰 경복궁에서 한강 정도까지로 이해했다. 그러던 차에 북경에서 역수까지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 형가의 의협심을 기리는 ‘형가탑’이 있었다. 차로 2시간 남짓한 거리였다. 긴 여정이었다. 실제 경험해보니 태자 단이 진시황에게 원한을 갚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렬했으면 그 먼 길을 배웅했겠나 싶기도 하고, 형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예우 또한 극진했던 것 같다. 그제야 등장 인물의 성향이 확연하게 드러나며 새로운 시각으로 글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이렇듯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쉽게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변에 보이스피싱과 휴대전화 해킹을 당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코웃음 치고 자신만만하게 비웃겠지만 인간사에 장담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나도 얼마든지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미가 봄가을을 모르듯 우리도 매미처럼 경험하지 못한 세상일이 무궁무진하다. 잘난 체 말고 아는 체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겠다.

중동고 교장,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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