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쓰줍인)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9월 25일 인천 모래내시장에서 ‘쓰줍(쓰레기 줍기) 행사’를 가진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행사에서 주운 담배꽁초를 활용해 바닥에 쓰줍인의 로고인 나무숲 모양을 만들었다.  쓰줍인 제공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쓰줍인)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9월 25일 인천 모래내시장에서 ‘쓰줍(쓰레기 줍기) 행사’를 가진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행사에서 주운 담배꽁초를 활용해 바닥에 쓰줍인의 로고인 나무숲 모양을 만들었다. 쓰줍인 제공

‘정치해봄’ 토론 모습.
‘정치해봄’ 토론 모습.

■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 ③ 우리 정치에 좌우는 없다 … 30代 ‘쉬운 정치참여’ 새바람

소모임 ‘정치해봄’ 독서 스터디
공무원·NGO 등 매주 1회 모여
정책 개발하고 캠페인까지 연계

담배꽁초 없애기 활동 ‘쓰줍인’
SNS 활용 환경문제 이슈 확산

정치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
하루 1건 정치이슈로 贊反 토론


“정치에 객관적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요? 누구나 정치적인 입장이 있는데 ‘내가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난 10월 31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카페 봄봄에서 사회혁신해봄협동조합(해봄)의 소모임 ‘정치해봄’ 독서 스터디가 열렸다. 김동규(49) 해봄 이사장이 일요일 아침부터 모인 회원들에게 “어떤 시기와 환경 아래에서는 객관적일 수 있어도, 절대적 객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나머지 참가자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대여섯 명씩 일주일에 한 번 모여 하버드대 로스쿨의 로베르토 웅거 교수가 쓴 ‘주체의 각성’을 읽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두 명의 40대 이사장을 제외하면 참가자 대부분이 30대다. 프로그램개발자부터 공무원,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국제구호 관련 NGO에서 근무하는 임홍경(30) 씨는 “직장 생활을 하느라 매일 정신 없지만 정치를 주제로 대화하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며 참가 동기를 밝혔다. 한 스타트업의 시스템개발자로 일하는 이재원(36) 씨는 “정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생활에서 시작돼 변화를 일궈내는 실사구시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민경인(40) 이사장은 “모임을 통해 정치적 구호를 외치려는 게 아니라 생활 정치를 사회 혁신으로 연결하고자 한다”며 “스터디에서 공유한 생각들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나중에 정책으로 만들거나 실제 캠페인 등을 할 때 활용한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첫 모임을 한 해봄은 ‘누구나 쉽고 즐겁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출발했다. 정치 현장에 참가하기보다는 주거나 교육, 일자리, 환경 등 생활의 실제 문제를 해결할 방법론을 개발하고, 창의적 실험을 꾸준히 해왔다. 일상에서 시작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을 통해 정치와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요즘은 ‘정치해봄’ 외에 ‘혁신해봄’ 모임에서 청년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업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 6월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야당 대표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되는 등 국내에서도 청년이 주도하는 ‘젊은 정치’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 주축인 30대는 자신의 생각이 진보 또는 보수라는 이념으로만 규정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들은 정치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연대하면서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 정치, 생활 정치를 일궈가고 있다. 이들은 또한 정보기술(IT)에 밝고 SNS 활용에 익숙한 세대의 특성을 활용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새로운 정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은 SNS는 이들 30대의 정치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경남 양산에 거주하며 전국적인 ‘담배꽁초 어택(Attack)’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프리랜서 박현지(33) 씨는 인스타그램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쓰줍인)’ 운영자다. 박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플로깅(조깅이나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방식으로 활동하고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로 결과물을 공유하고 확산시켰다. ‘아무 데나 버린 꽁초, 우리 식탁으로 올라옵니다!’라는 구호에서 보이듯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생활환경 이슈 제기와 그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씨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들을 상대로 정책 제안을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온라인 서명과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스터디도 진행한다. 이런 적극적인 활동으로 1년 사이 인스타그램 팔로어 숫자는 2000명을 넘었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30대가 가장 많다. 박 씨는 “온라인 기반 활동 덕분에 영국, 아일랜드, 미국, 말레이시아에서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최초의 정치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는 이러한 30대 정치를 잘 구현해내고 있다. 옥소폴리틱스는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요즘 청년세대의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플랫폼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주 중인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는 통화에서 “이념만으로는 젊은층의 다양한 생각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 한 건의 정치 이슈를 정리하고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이 올라오는데 이용자들은 익명으로 수백 개의 응답을 달며 서로의 정치적 견해를 나눈다. 30대가 이 서비스의 주된 이용층으로 잡힌다. 유 대표는 “요즘 20∼30대는 ‘내 삶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를 중시한다”며 “이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정치가 반영하고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30대 정치 활동은 기존 정치권과 연계한 ‘2022 대선 대응 청년행동’, 청년 정치 에이전시 ‘뉴웨이즈’, 청년정치학교 등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 특별기획취재팀 = 김충남(사회부)·임정환(국제부)·김유진(정치부)·민정혜(전국부)·이정민(산업부)·전세원(사회부) 기자

김유진·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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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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