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환, 야경, 162×130㎝, 캔버스에 유채, 오일스틱, 2018
김봉환, 야경, 162×130㎝, 캔버스에 유채, 오일스틱, 2018
입동에 즈음하여 해가 너무 짧아졌다. 덕산 마루 숲속 마을은 해지기가 무섭게 오밤중이다. 몇 가구 안 되는 마을이지만 이사를 오고 가는 사람이 많다. 어떤 이는 밤이 무료해서 떠나고, 어떤 이는 조용한 게 좋아서 휴식하러 온다. 자연은 자연대로 축복이지만, 멀리 보이는 도시의 야경은 그것대로 매혹적이다.

화려한 낭만적 활력 속의 비정함, 도시의 밤은 두 얼굴의 야누스다. 낭만주의자 김봉환은 그래도 눈앞의 아름다움을 중시한다. 칠흑 같은 화폭 위에 붓으로 하나하나 점등해가면서 보들레르를 노래한다. “지옥이건 천국이건 무슨 상관이냐, 저 심연의 밑바닥에 저 미지의 밑바닥에 우리는 잠기고 싶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

도시의 멋쟁이들을 닮은 슬림 몸매의 나무들, 알알이 빛을 내는 비즈들을 목에 두르고 꼿꼿이도 서 있다. 깊은 밤의 취기로 흔들거리는 도시를 부축하듯 말이다. 다시 그의 노래가 이어진다. “우리는 어둠의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리리라. 젊은 나그네의 환희에 찬 마음으로.” 꿈과 열정으로 더 멀리 보잔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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