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발표한 2060년까지의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현 경제구조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2020∼2030년에 1인당 연간 잠재성장률이 1.9%로 떨어지고 2030∼2060년에는 캐나다와 함께 0.8%의 꼴찌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노동과 자본 등의 자원을 모두 투입해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수준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한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경제의 잠재력을 높이지 않으면 잠재성장률이 10년 안에 0%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먼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현재의 경제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에는 문제가 있다. 경제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도 경직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예측이 의미 있는 것은 한국 경제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설득력 있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저하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투입 기여도 감소, 노동시장 경직성과 기업 규제 심화로 인한 자본투입 기여도 감소와 생산성 하락 등이다. 이 중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오랫동안 계속돼 노동투입 기여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자본투입 기여도를 높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반 규제를 철폐해 경제주체들이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보호하는 일에 그쳐야 한다. 특히, 성장은 단순한 생산의 증가가 아니라 가치의 증가를 의미하며, 사람들이 어떤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는지는 기업들이 이윤과 손실을 경험하면서 찾아내는 것이지, 정부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 정권은 어떠했는가. 현 정권은 세금을 다락같이 올려 사람들이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물적 여력을 제한하고 주택 규제 등으로 그들이 가치를 부여하는 물건에 대한 수요를 제약했다. 또한, 그들의 가치를 찾아가는 기업 활동을 억압했다. 실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 하락은 당연한 귀결이다.

한편, 성장률 저조를 만회하고자 현 정권은 재정을 확대 투입했다. 그 결과 나랏빚이 크게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의 ‘재정점검 보고서’에서 2026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국가 및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가 GDP 대비 66.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MF가 분류한 선진 35개국 중 증가 폭(2021년 대비 15.4%포인트)이 가장 큰 것이다. 문제는, 재정의 확대 투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촉진한 게 아니라, 민간 영역만 축소시킴으로써 성장률 하락을 재촉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기반이 뭔지 모르는 정부가 일회적 일자리 만들기 등에 헛돈을 마구 쓴 것이다. 결국, 성장률 하락과 나랏빚 증가는 현 정권이 경제를 마음껏 주무르고 마르지 않는 우물인 양 퍼 쓰고 남긴 유산이 됐다.

이제 6개월 남은 현 정권이 남길 교훈은 명확해 보인다. 국가가 정권이 원하는 획일적 가치와 이념의 실험장이 될 수 없도록 하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권이 아닌 시장에 의한 자원 배분이 이뤄지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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