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개봉 영화 ‘장르만 로맨스’ 주연 류승룡
주변인물과 얽히고설킨 관계
재혼한 베스트셀러 작가 역할
“조은지감독 섬세한 연출 덕분에
‘센 역할’탈피 생활 밀착형 연기
시나리오 완벽해 웃음 저절로
애드리브까지 감안해서 쓴 듯”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 등장 인물 모두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해와 오해가 거듭되고, 사랑의 감정에 앞서 웃음이 샘솟는다. 그래서 ‘장르만 로맨스’라는 제목이 찰떡같이 붙는다. 로맨스의 표피를 쓰고 있지만 단단한 웃음 코드를 지뢰처럼 심고 있는 이 영화의 진짜 장르는 코미디다.
모든 이야기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류승룡 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7년째 글 한 줄 못 쓰고 개점휴업 중인데 이혼한 아내 미애(오나라 분)에게는 양육비를, 재혼한 아내에게는 생활비를 보내줘야 한다. 도통 글이 안 써지는 그의 앞에 나타난 작가 지망생 유진(무진성 분)은 비범한 글을 건넨다. 결국 김현은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동성애자 유진과 공통 집필을 위한 위험한(?) 동거를 시작한다. 이런 가운데 미애는 김현의 친구이자 출판사 사장과 연인이 됐고, 고등학생 아들인 성경(성유빈 분)은 연상의 옆집 여자 정원에게 빠진다.
‘장르만 로맨스’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나리오가 애드리브까지 염두에 두고 쓴 것처럼 완벽했다. 주어진 대사만 잘 소화해도 될 만큼 훌륭한 대본이었다”는 김현 역의 배우 류승룡의 말처럼, 등장 인물들이 물 흐르듯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번진다. 아이 문제로 마주해야 하는 이혼한 부부,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마주쳐야 하는 직장 동료처럼 우리는 원하는 관계만 맺으며 살 순 없다. ‘장르만 로맨스’는 그 안에 담긴 희로애락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피하고 싶어도 결국 관계 속에 살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되물은 류승룡은 “극 중 인물들을 보면 나이를 먹으며 받는 상처들, 이해관계가 다른 것에 대한 인정,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얽히고설키는데, 이런 관계를 유니크하게 잘 풀어줬다. 장르는 로맨스인데 이 안에는 코미디도 있고 비극도 있고 재난도 있다. 또 블록버스터, 누아르도 있다”고 말했다.
이 탄탄한 대본과 연출은 21년 차 배우인 조은지 감독의 몫이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수상 경력까지 가진 조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장르만 로맨스’에서 절제된 연출로 군더더기 없는 작품을 빚는 데 성공했다. 각 캐릭터가 자기의 위치에서 적절히 기능해 ‘버리는 인물’이 없다는 것과 웃음을 짜내기 위한 ‘과도한 설정’이 없다는 것이 ‘장르만 로맨스’의 미덕이다.
이는 ‘극한직업’ ‘7번방의 선물’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통해 코믹 장인으로 거듭난 류승룡이 있기에 가능했다. 앞선 작품들이 판타지 요소를 덧대 웃음을 극대화했다면 ‘장르만 로맨스’는 보다 현실적인 코미디다. 어디선가 실제 살아 있을 것 같은 작가 김현은, 그동안 류승룡이 보여준 코미디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진 캐릭터다. 이제 그는 대사 한마디 없이 관객을 웃기는 방법을 안다. 그리고 류승룡은 그 공을 조 감독에게 돌렸다.
그는 “평소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센 인물’을 많이 연기했다. 그래서 생활 밀착형, 언제나 옆에서 볼 수 있고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을 연기하는 데 두려움이 있었고, 갈급함이 있었다”면서 “조 감독에게 ‘나의 아킬레스건이고 두렵다. 도와달라’고 했더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더라.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예를 들어 음표로 치면, 대사를 칠 때 정음, ‘미’면 ‘미’만 냈다면, 조 감독은 샵 두 개, 플랫 세 개, 점점 여리게 등 이런 거까지 제 언어로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소한 웃음 뒤에 숨은 결정타는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낙숫물이 주춧돌을 뚫듯, 정타로 들어가는 잽들이 쌓이면 강펀치 없이도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다. 게다가 일상과 웃음을 되찾고 있는 관객들에게 ‘장르만 로맨스’는 팝콘 한 통 끼고 2시간을 즐기는 데 부담 없는 영화다.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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