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전남교육감賞 백가은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께

할머니 인생에 제가 가시가 아니라 소나무가 되고 싶어요. 저를 엄마 대신 키워주고 가르쳐주고 자신보다도 더 챙기는 할머니를 원망했던 적도 있었어요.

제가 좀 커 보니 사람 한 명 키우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할머니께서 항상 저에게 ‘동생한테 모범이 돼야 한다, 엄마 역할까지 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 이유도 제대로 모른 채 살아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할머니께서 위독하셨을 때 병원에서 간호해드리고 집에 가서는 할머니 역할까지 해보면서 한 사람의 자리가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기억을 못하시겠지만 간호해드리면서 저녁에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다리랑 손을 계속 주물러드렸어요. 병원에서 간호하며 자리를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들고 감정 소모가 컸는지 제 몸에도 이상이 생겼던 것 같아요.

할머니는 항상 저희만 좋은 옷을 입히려 하셨지 정작 할머니 자신에게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슬리퍼만 계속 신으셔서 저는 지금까지 슬리퍼가 편해서 그럴까 생각하며 슬리퍼를 사드렸더니 “신발도 없이 슬리퍼만 무진장 신고 다녔네”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셔서 앞으로 제가 더 관심을 가지고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할머니를 모시고 꽃 많이 핀 곳에 가서 처음으로 그렇게 구경도 하고 추억을 남긴 거였어요. 저번에 저랑 같이 눈물 흘리며 이야기 나눌 때 제 가슴에 담겨 있던 진심들이 할머니와 통한 것 같아서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날이 됐어요.

언제나 제 걱정을 해주시고 자신은 이제 ‘내려가는 내림길 인생’이라고 말씀하실 때 항상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살면서 느낀 게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고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는 거예요. ‘반포지효’와 같이 이제는 제가 할머니 걱정을 덜어드리고 언제나 굳건하고 단단하게 옆에 서 있는 소나무가 될게요.

이제 시를 지어 편지를 마무리할까 해요.

‘소나무 그늘’

그대의 그늘에서 나와 그대의 그늘이 되고 싶소/ 365일 항상 똑같이 있는 소나무 그늘로 하겠소/ 그대가 어디에 있든 이젠 그늘에서 편히 계시오/ 그대의 지지대가 되고 싶소/ 그러니 모든 걱정 내려놓고 나의 그늘에서/ 그대의 삶을 피워보시오.

제가 쓴 이 자작시처럼 할머니의 오른팔이 되고 싶어요. 언제나 행복하시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할머니의 하나뿐인 손녀가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진심을 보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할게요. 365일 언제 어디서나 항상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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