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佛 대국민 연설서 공식 발표

원전 의존도 25% 줄인다던
본인의 임기 초 공약서 전환
“에너지 자립·탄소중립 목표”

환경단체 “대선때문” 맹비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원전 건설을 통해 전력 공급난과 탄소 중립이라는 최대 당면 과제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포부다. 재선 여부를 가를 대선이 반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맞물린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과감한 정책 전환에 돌입한 것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또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우리의 목표를 위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원전 건설을 재개할 것”이라고 알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월 12일 ‘프랑스 2030’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10억 유로(약 1조3632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새 원전 건설에 관한 추가 세부 사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앞으로 몇 주 안에 마크롱 정부는 최대 6개의 새 가압수형 원자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미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EDF가 올해 봄 신규 원자로 6기 건설 계획에 대한 타당성 조사 결과를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마크롱 대통령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적 가격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다면 에너지 절약과 함께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를 우리의 땅에서 생산하는 일 모두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재생에너지 개발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정부의 이번 결정은 2007년 착공해 10년 넘게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 북서부 플라망빌의 국영 유럽형가압경수로(EPR)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3세대 EPR 원전 건설에 착수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원전 의존도를 2035년까지 75%에서 50%로 줄이겠다는 마크롱 대통령 본인의 임기 초 공약과도 배치된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가계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 같은 입장 선회를 가속화했다는 진단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축소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과 상반되는 행보다. 프랑스는 원전 의존도가 여타 유럽 국가 대비 높지만, 대부분 원자로가 노후화된 상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플라망빌 EPR 건설에 이미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전 재개 계획이 “현실과 무관한, 내년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프랑스에 이어 원전 발전을 늘리기로 한 영국도 이날 국내 최초의 SMR 개발을 위해 민·관 합작으로 총 5억4600만 달러(6441억 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자동차 제조 업체 롤스로이스는 SMR 1개당 약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최대 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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