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국내 소비자물가 항목에 자가거주비가 반영되지 않아 실제 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국과 같이 자가주거비 항목을 포함하고, 우리나라 특유의 관리물가 항목을 제외한 뒤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해 보면 한국의 물가 오름세는 지금보다 상당폭 높아진다는 의미다.
1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난달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이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추세를 언급하면서 자가주거비까지 고려하면 실제 상승률이 통계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금통위원은 “올해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3%로 우리나라(2.6%)를 큰 폭으로 웃돌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보다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러나 양국 간 물가지수 구성 품목 차이를 고려하면 한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미국보다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물가 수준과 통계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거주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금통위원은 “자가주거비 항목은 소비자물가지수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지 통계청과의 협업을 통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영국과 일본, 스위스, 캐나다,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자가주거비를 물가지표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소비자물가 항목 중 주거비 비중이 32%에 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9%(주택임차료)에 불과했다. 지난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주거비 기여도가 0.9%포인트로 ‘공급 병목’(1.3%포인트) 기여도에 육박했지만, 우리나라는 0.2%포인트에 그쳤다.
이와 관련, 한은은 최근 ‘자가주거비와 소비자물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에는 주요국과 비교해 주거비 부담이 작게 반영돼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은은 “주거비 부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간 차이로 정책당국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는 다수의 중앙은행은 자가주거비를 포함한 물가지수를 물가안정 목표 대상 지표로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