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은 중국의 계약 물량 반출 허용에 따라 한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심각한 세 가지 문제점을 일깨워주었다. 우선, 중국은 언제든지 자원 등을 무기화한다는 본색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외교부는 10일 “가계약 물량 1만8700t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시혜를 베푼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당연히 한국에 수입됐어야 할 물량을 부당하게 통관 꼼수로 묶어놨다가 숨통을 터준 것이다. 중국은 자국 내 요소 물량이 부족해지자 지난달 15일 통관 대기 중인 요소에 대해 돌연 사전 수출 검사를 의무화하겠다며 통제에 들어갔고, 이로 인해 요소수 파동이 일었다. 중국 측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도 시원찮을 상황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무능이 거듭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지만, 요소수 문제는 언급 않고 종전선언에 집착했다. 이틀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급망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 역시 이 문제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료 문제 정도로 생각했다”고 했고, 뒤늦게 하나 마나 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래 놓고 문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유럽 순방 성과를 자화자찬하면서 “지나친 (요소수) 불안감을 갖지 말라”고 했다. 중국 움직임을 미리 파악한 결과로 보이지만, 국민 고통을 생각하면 사과부터 하는 게 옳았다.

셋째,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것은 불가피하지만, 전략물자에 대한 중국 의존 탈피가 얼마나 시급한지 거듭 보여주었다. 올해 1∼9월 수입 품목 1만2586개 중 중국 비중이 80% 이상인 품목이 1850개나 된다. 전자제품과 자동차용 강재에 쓰이는 마그네슘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올 초보다 가격이 4배 폭등했다.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협박한 배경이다. 마침 미국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런 쥐락펴락에 대비한 공동 노력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2019년 8월 일본의 수출 규제 때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은 같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미국 등 중재도 가능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그때보다 더한 결기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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