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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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 ④ 선한 오지랖, 착한 소비

“내 참여로 세상이 바뀔수있다”
30대 51%… 20대보다 높아

“생일선물 대신 후원 부탁” 글에
지인들 인증 카톡 줄줄이 보내
일회용품 대신 용기 가져가기
SNS 공유하며 동참 북돋워

게시물 반복해서 올리는‘끌올’
특정 문제 여론 환기시키며
논란 기업에 진정한 사과 요구


지난 4월 서른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김지은(여·가명) 씨는 올해 생일을 지난해와 다르게 보내기로 했다. 최근 SNS상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생일 챌린지’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김 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화면에 “제 생일 선물은 여기 후원으로 대신해 주시고 연락 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유기동물구조센터들의 후원 계좌번호를 올려놨다. 카카오톡 생일 알람을 보고 들어온 지인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반응은 대단했다. 수많은 지인이 김 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화면을 보고 생일 선물 대신 기부를 한 뒤 김 씨에게 계좌 이체 내역을 담은 ‘인증 카톡’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사실 이렇게 올리면서도 이걸 동참해주는 친구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참여한 지인이 많아 놀랐다”면서 “365일 중 하루 정도는 좀 더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이나 동식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생일 챌린지까지= 김 씨의 생일 챌린지는 30대들이 흔히 SNS상에서 벌이는 각종 ‘챌린지’의 일종이다. 이들은 챌린지를 통해 일상의 작은 선한 행동들을 실천하고 SNS로 인증한다. 자신의 ‘선한 오지랖’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들을 가리켜 ‘인플루언서블 세대(influenceable(영향을 줄 수 있는)+世代)’라고도 부른다. 더욱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선행을 하고 이를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SNS 챌린지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SNS 챌린지를 주도하는 30대는 선한 오지랖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나의 참여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명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밀레니얼 세대(30대)는 응답자의 51%에 달했다. 20∼50대 전체(48.9%)는 물론 활발한 SNS 활동을 벌이는 20대(45.7%)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 같은 믿음이 30대들이 SNS 챌린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에 나서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선한 영향력 가게’를 ‘돈쭐’ 내줬다는 인스타그램 인증샷(위에 두 사진). 선한 영향력 가게는 결식아동에게 발급되는 ‘아동급식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식이나 편의를 제공한다. 아래 사진은 ‘용기 내 챌린지’를 한 뒤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인증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선한 영향력 가게’를 ‘돈쭐’ 내줬다는 인스타그램 인증샷(위에 두 사진). 선한 영향력 가게는 결식아동에게 발급되는 ‘아동급식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식이나 편의를 제공한다. 아래 사진은 ‘용기 내 챌린지’를 한 뒤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인증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SNS 챌린지는 2014년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원조로 거론된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전 보스턴대 야구 선수인 피트 프레이츠의 친구들이 그와 고통을 함께하기 위해 얼음물 샤워 동영상을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얼음물 샤워를 한 사람은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하는데, 지목된 사람은 얼음물 샤워나 루게릭병협회 기부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SNS 챌린지는 2018∼2019년 ‘아무노래 챌린지(가수 지코가 부른 ‘아무노래’라는 노래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SNS에 올리는 방식)’와 같은 ‘인싸(인사이더·행사나 모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사람)놀이’ 형태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행동에 동참한다는 ‘선한 오지랖’으로서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

◇용기 내 챌린지 ‘용기(勇氣) 내 용기(容器)를 가져가자’= 생일 챌린지와 함께 최근에는 ‘용기 내 챌린지’가 떠오르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용기 내 챌린지는 배달 앱이나 전화로 음식을 주문한 뒤 미리 준비해간 용기에 음식을 담아 오는 챌린지다. ‘용기(勇氣)’를 내 ‘용기(容器)’를 가져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4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배우이자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류준열(35) 씨가 진행한 캠페인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인터넷 블로그 등 SNS에서는 용기 내 챌린지 인증 사진과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문 일시와 방문 가게 그리고 자신이 사용한 용기의 종류와 담아온 음식 사진을 인증하는 방식이다. 한 30대 여성은 지난 5월 용기 내 챌린지를 시작하며 “배달에 이용되는 플라스틱 용기들로 인해 지금 우리의 생활은 편하지만 미래를 봤을 때는 그렇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용기 내 챌린지가 확산하며 업체들이 이에 호응하는 경우도 있다. 밀폐용기 브랜드 글라스락은 최근까지 ‘애착용기 캠페인’이라는 명칭으로 다회용기로 음식을 포장한 사진을 찍어 자사 공식 몰에 업로드하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식당의 경우 자발적으로 용기 내 챌린지에 참여해 일회용기를 대신할 그릇을 가져온 소비자에게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기도 한다.

◇그들이 가진 끌올 문화= 끌올 문화도 젊은층의 인플루언서블 세대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끌올은 ‘끌어올리다’의 줄임말로,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 사건이나 글, 사진, 영상 같은 게시물이 묻히지 않도록 반복해 게시하고 댓글을 달며 여론을 환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특히 끌올 문화를 통해 사회에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사례가 ‘○○주의’ 문화다. 과거에 논란이 있었던 브랜드나 기업과 관련된 글을 올릴 때 ‘과거에 이런 논란이 있었으니 구매에 주의하라’는 의미로 게시글 제목에 ‘○○(브랜드명)주의’를 넣는 방식이다. 7∼8년 전 논란이 됐던 사안이라도 해당 기업과 브랜드의 진정한 사과와 개선이 없다면 꾸준히 ‘○○주의’를 달아 잊히지 않도록 하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굳이 ○○주의를 넣지 않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SNS 내에서는 기업의 ‘갑질’ 행태와 ‘n번방 사건’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다양한 주제의 게시물이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매년 게시물이 올라오는 주제 중 하나다. 특정 이슈의 후속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과거 이슈도 다시 한 번 화제가 되는 방식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제대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나 개선 방안을 공유하며, 실제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진정성 있는 기업의 피드백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임정환·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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