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고 열흘 지나 공관서 보고
또 열흘 지나서야 관계부처 회의
한 달 허송세월하다 ‘정책 실패’
과도한 조치에 재산권 침해 우려
정부가 중국의 요소수 수출 규제로 인해 촉발된 물류대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의 요소수 구매 제한 등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했지만 ‘뒷북 대응’으로 사태를 키워놓고서는 국민에게 책임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산 원료 공급난과 재고 부족, 정부의 한발 늦은 대응 등이 원인이 됐던 지난해 초의 ‘마스크 대란’을 겪고서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가 11일부터 요소·요소수 유통망 관리를 위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하면서, 요소와 요소수를 수입·생산·판매하는 기업은 하루 실적 관련 정보를 다음 날 정오까지 의무 신고해야 한다. 아울러 요소수가 필요한 국민이나 화물차 운전사는 승용차와 화물차 1대당 각각 최대 10ℓ, 30ℓ 초과해 구매할 수 없게 됐다. 승용차는 최대 반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양이지만, 중대형 화물차(1.5t 이상)는 1500㎞ 주행 분량이며, 25t 기준 대형 화물차로 적용하면 300㎞ 주행에 그친다.
정부는 전날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용 요소수 석 달치를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일단 급한 불을 끄긴 했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 때와 ‘닮은꼴 실수’로 사태를 키워놓고서는 긴급수급조정조치 발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 차원에서 관련 행정 책임 주체에 대한 문책도 없었다. 이와 관련,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경제적 안보를 위해 이미 오래전에 요소수와 관련해 공급망 대책을 세웠지만, 우리 정부는 이미 한 달 전 사태가 예측됐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만 책임과 희생을 떠안기는 정책 실패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요소수 수출을 막은 중국 정부에 국가 간 협력과 국제질서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요소수 대란 사태에 대해서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그동안 별도 검사 없이 수출하던 요소와 칼륨비료 등에 대해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겠다고 공고했고, 나흘 뒤인 15일부터 실제 시행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문제가 불거졌지만 중국 현지 우리 공관의 보고는 지난달 21일에야 이뤄졌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관계부처 회의를 연 것도 공관 보고 후 다시 열흘이 지난 2일에 이르러서였다.
정부가 민간업체의 요소수를 압수한 데 대한 국민 여론도 싸늘하다. 경찰 등 정부 합동단속반은 단속 첫날인 지난 8일 민간 수입업체가 보유한 요소 3000t(차량용 2000t, 산업용 1000t)을 초과 보유를 이유로 압수, 이 가운데 700t을 국내 요소수 생산업체로 이송시켰다. 경찰은 요소를 대량 보유한 민간 업체를 집중적으로 색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선 과도한 행정 조치에 따라 사유재산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개인이나 업체가 정확하게 시장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데, 단속 기준을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보다 10% 초과 보유’로 규정한 것은 사유재산과 공급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대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강제로 사유재산을 뺏는다” “사과도 없이 국민이 잘못한 것으로 여론몰이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준영·김성훈·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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