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거나 심지어 재판에 넘겨진 인사도 여전히 청와대나 정부 요직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검찰의 표적 수사·편파 수사를 내세웠지만, 결국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여전히 근무 중이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12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이 실장은 지난 4월 9일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 재선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의 핵심 공약인 산업재해모(母) 병원의 예비타당성조사 발표를 늦추는 데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당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이 실장의 ‘윗선’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청와대는 코로나19 방역의 엄중함 등을 이유로 의사 출신인 이 실장이 불가피하게 현직을 유지한 채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서는 기소를 피했던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역시 재판에 넘겨질 때까지 청와대에 출근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 7월 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되자 “매우 부당한 결정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국정운영의 부담을 깊이 숙고해 사의를 표명한다”고 사표를 제출했다. 50개월을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이 전 비서관은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모두 현직에 있으면서 조사를 받거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법무 행정을 총괄하고 검찰인사권을 지닌 박 장관도 검찰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박 장관은 지난 1월 패스트트랙 관련 여야 충돌 과정에서 폭행을 행사한 혐의로 다른 여야 의원·당직자들과 함께 기소됐다. 박 장관은 현직 법무부 장관 신분으로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